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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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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방본이망(邦本已亡) -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다.

 

  “나라 일은 이미 그릇되었고, 나라의 근본은 이미 망했고, 하늘의 뜻은 가버렸으며, 민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비유하자면, 큰 나무를 벌레가 백 년 동안 속을 파먹어 진액이 다 말라 버려 곧 넘어지려 하고 있는데, 폭풍우가 언제 닥쳐올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지경에 이른 지 오래되어 그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손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하급관료들은 아래에서 희희덕거리며 닥치는 대로 술이나 여자만 즐기고, 높은 벼슬아치는 위에서 어물어물하면서 오로지 재물만 늘리고 있습니다. 천 가지 백 가지 하늘이 내린 재앙과 억만 갈래로 찢어진 민심을 어떻게 감당하여 수습하시겠습니까? 나라가 어지러울 조짐이 이미 나타났습니다.”

 

  위에 인용한 글이, 대학자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유명한 ‘단성소(丹城疏)’의 일부다. 나라를 올바로 다스리는 길은 임금의 마음에 달려 있으므로 심기일전하여 나라를 바로잡을 것을 강직한 어투로 건의하고 있다.

 

  이 상소의 줄거리는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나라 형편은 거의 망할 지경에 접어든 원인은, 대소 관원들이 모두 파당만 짓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둘째 왕권이 무력할 대로 무력한데, 어떻게 국가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느냐? 지금 왕권의 무력함과 관리들의 부패하고 무능한 결과로 국가의 위기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셋째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왕 자신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지엽적인 제도나 법령 등을 개정한다고 되지 않는다. 네 번째 임금 스스로 학문을 닦아 정치의 바른 길을 알아야지, 대비(大妃)나 외척·간신들에게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남명선생이 이 상소를 한 해가 1555년인데, 그 당시 국가의 위기상황이 지금의 우리나라와 너무나 흡사하다. 나라 경제가 망할 정도로 위급한대도, 정치인들은 파당만 지어 자기 당의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고, 공직자들의 기강은 극도로 무너져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문제에 단호한 결단을 내려 적절한 조처를 취하야 할 것인데, 아무런 말이 없다. 자기 할 일은 다 버려두고 “개고기를 먹지 않아야 되지 않느냐?”고 식약처(食藥處) 과장이 해야 할 이야기나 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몇 사람만 보이고, 장관들은 무엇 하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국가민족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에게 우선 유리한 법률만 졸속적(拙速的)으로 만들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이나 비서들을 공격하고 여당을 심하게 비판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속으로 깨끗하지 않다.

 

  재산을 공개하면, 여야 할 것 없이 그 경력으로서는 도저히 모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당 대통령후보 경선자 가운데서 가장 문제가 많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후보로 선출되었다. 총체적 위기의 국면인데도 국민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국가의 앞날이 걱정이다. 이상적인 인물이 나와 대통령이나 국가지도자가 되면 가장 좋다. 그렇지 못 하다면,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 국가를 맡아 다스리도록 백성들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나라의 근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동방한학연구원장

 

* 邦 : 나라 방. * 本 : 근본 본.

* 已 : 이미 이. * 亡 : 망할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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