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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언지현재(焉知賢才) - 어질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어찌 알겠습니까?

 

  유학(儒學)을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몸을 수양해〈修身〉, 집안을 잘 정리하고〈齊家〉, 자기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나아가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平天下〉 데 있다. 그래서 유학의 많은 부분은 바로 옛날의 정치학이다. 공자나 맹자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않고, 당시 세상을 구제하고, 각 나라를 바로잡으려고 분주히 다녔다.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도 정치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다.

 

  제자인 중궁(仲弓)이 공자에게 나라 다스리는 법을 물었다. 공자께서 “지도자는 일반 관원들보다 먼저 솔선수범하고, 조그만 허물은 용서하고,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등용해서 써라”라고 했다. 중궁이 “어떻게 해서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 인줄을 알고 등용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께서 “네가 알고 있는 사람을 등용하면, 네가 모르는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두겠느냐?”라고 하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질고 재주 있는 우선 사람을 등용해 쓴다면, 자신이 모르는 어질고 재주 있는 사람을 사람들이 국가지도자나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게 돼 있으니 걱정 말라는 뜻이다.

 

  공자는 나라 다스리는 큰 원칙을 세 가지로 요약해서 이야기했다. 곧 지도자는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조그만 허물은 용서해야 한다.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등용해서 써야 한다.

 

  허물은 모르고 한 실수다. 의도적으로 한 것이 전혀 아니다. 알고 의도적으로 한 악(惡)과는 차이가 있다.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꼭 자기 허물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관대하게 용서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반성하고 고치는 경우가 더 많다. 처벌을 절제 없이 너무 많이 하면, 온 나라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든다.

 

  사람은 같은 것이 아니고, 다 다르다.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일을 맡아서 국가민족을 위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일을 할 줄 몰라 일을 맡아서는 국가민족을 망치는 길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송(宋)나라 학자 사마광(司馬光)은 19년의 정성을 쏟아 만든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사람을 크게 네 종류로 나눴다. 덕(德)과 재주를 완전하게 갖춘 사람은 성인(聖人), 덕이 재주보다 큰 사람은 군자(君子), 덕도 없고 재주도 없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愚人), 재주가 덕보다 큰 사람은 소인(小人)이라 했다.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누고 나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성인을 얻을 수 없다면, 군자다운 사람을 얻어서 함께 하겠다. 소인을 얻는 것보다는 어리석은 사람을 얻는 것이 낫다”라고 했다.

 

  어질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즈음은 공부를 많이 해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 누가 더 나은지 변별하기가 정말 어렵다. 결국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몇 달 안에 정부 조직의 많은 자리에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인재를 골라 임명해야 한다. 자신이 아는 인재는 지극히 한정돼 있다. 결국은 믿을 만한 사람의 추천이나 소개를 받아서 원칙에 의거해서 공정하게 임명하는 수밖에 없다.

 

*焉: 어찌 언. *知: 알 지.

*賢: 어질 현. *才: 재주 재.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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