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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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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과정(聲聞過情) - 명성이 실제보다 더 지나치다

 

  맹자(孟子)께서, “명성이 실제보다 더 지나치게 나는 것을 군자다운 사람은 부끄러워한다[聲聞過情, 君子恥之].”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의 욕구 가운데서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큰 욕구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공자(孔子)께서는, “군자다운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君子, 疾沒世, 而名不稱焉].”라고 했다.

 

  공자께서는 또 후진(後進)들을 두려워할 만하다. 우리 뒤에 올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못할 줄 어찌 알 수 있느냐? 그러나 어떤 사람의 나이가 마흔이나 쉰이 되도록까지 그 사람에게서 들리는 것이 없다면, 그런 사람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라고 하셨다.

 

  효경(孝經)에서 공자께서, “자신을 완성하여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를 알려지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 단계이다.[立身行道, 揚名於后世以顯父母孝之終也.]”라고 말씀하셨다.

 

  얼핏 보면, 공자의 말씀과 맹자의 말씀이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실제는 같은 것이다. 이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헛된 이름이 나쁜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 분야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면, 오랜 세월이 지나 이름이 날 수 있다. “그 사람은 벼농사를 잘 짓는다.”, “그 사람은 닭을 잘 키운다.”, “그 사람은 남을 잘 도운다.”, “그 사람은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 “그 사람은 공을 잘 찬다.” 등등.

 

  이름에는 실제와 맞는 이름인 실명(實名)이 있고, 과장된 이름인 부명(浮名)이 있고, 완전히 실제와 맞지 않는 헛된 이름인 허명(虛名)이 있다. 이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실명은 노력해서 얻어지도록 생활해야 하고, 부명과 허명은 경계하고 물리쳐야 한다. 그러나 실명이라도 본인이 의도적으로 이름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되고, 남들이 인정하여 저절로 얻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와 이름이 들어맞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자로 재거나 무게를 달 듯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이름이 있는 곳에는 시비가 따르고, 크게 이름을 얻으면 반드시 크게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춘추시대 장수인 범려(范蠡)큰 이름 아래는 오래 있기 어렵다[大名之下, 難以久居]”라 하고는, 큰 공을 세우고는 미녀 서시(西施)를 데리고 배를 타고 사라져 숨어 지냈다.

 

  “명성이 실제보다 더 크게 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는 말을 필자는 요즈음 절감한다. 부끄러워할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할 정도다. 왜냐하면 필자에 대한 칭찬과 명성이 점점 실제보다 더 과정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되어 나갈 뿐만 아니라, 사실 아닌 내용까지도 더 보태지고 있다.

 

  원래 별 이름 없는 사람에서 약간 이름이 나니, 싫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지나치다 싶다. 이름 때문에 전정긍긍할 정도다. 그렇지 않다고 애써 부인도 하고, 사양도 하고, 변명도 하지만, 바람을 탄 불길처럼 계속 퍼져 나간다.

 

  “한번 들으면 잊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없다.”, “한문을 중국 사람보다 더 잘 한다.”, “붓만 잡으면, 하루 밤에 몇 십 편의 글을 지어낸다.”, 심지어는 머리가 좋아서 아이큐 테스트가 안 되는 사람이다.”, “한문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도 잘 하여, 한문학과도 만들고, 남명학연구소도 만들고, 고문헌도서관도 짓고, …….” 등등 칭찬하는 것이 듣기 민망할 정도가 아니라, 두려워서 못 견딜 정도이다.

 

  최근에 낸 필자의 책에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하면서, 필자에게 한 번 보이지도 안고, “지금 대한민국에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서 한문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적어 출판해 버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비웃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등골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중국 어느 시골에 가서 몇 년 숨어 지내다가 올까?”하는 것이 필자의 요즈음 심정이다. 필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어려서부터 한문을 좋아하여 한문 공부하는 것이 제일 쉬웠고, 제일 즐거워 지금도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대부분의 칭찬과 명성은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난다. 다만 운이 좋아서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것만은 다른 사람보다 낮다는 점을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 : 소리, . *. : 들을, . *. : 지날, . 지나칠, . *. : , . 사정, .]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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