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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변진가(難辨眞假) - 진짜와 가짜를 변별하기 어렵다

 

  제백석(齊白石 : 1864~1957)이라는 근세 중국 화가의 그림이 요즈음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몇 년 전에 1000억원에 이르렀다. 그의 그림이 비싼 값으로 잘 팔리니 지금 북경에서는 제백석 그림을 곳곳에서 위조하고 있다. 전하는 말로는 그의 진품이 3000점 남아 있고, 감정 전문가가 보아도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위조품이 3만 점 정도 되고, 그 밖에 제백석 그림이라고 팔리는 것은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한다.

 

  문제는 감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논란이 붙어 판정이 안 나는 그림도 있다는 것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감정가들에 의해서 진품이 가짜로 판정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더 심한 것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도 가짜 그림을 사서 진짜라고 전시해 일반 사람들의 눈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예술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학문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똑같이 일어난다. 조금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잽싸게 그 방면의 책을 내고, 전문가인양 강연을 다니고, 학회를 주도하는 현상이 곳곳에 있다.

 

  예를 들면,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몇 차례 성공하자 갑자기 이순신 장군의 전쟁 일기인 ‘난중일기(亂中日記)’에 대한 전문가들이 많이 나타났다. 연구소, 학회 등도 생겨났다. ‘난중일기’와 별 관계없는 교수들이 ‘난중일기’를 새로 번역해서 내고 강연을 다닌다. 전공자 아닌 경영학과 행정학과 교수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공과대학 교수도 있고 향토사학자들도 있어 지금까지 50여 종의 번역이 나왔다.

 

  그러나 ‘난중일기’의 친필 원본은 심하게 갈겨쓴 초서라서 한문을 전공한 사람이 봐도 초서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다. 정조 당시 규장각(奎章閣)의 신하들이 초서를 정자로 옮겨 놓았다.

 

  1950년에 이순신 장군 연구 전문가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선생이 ‘충무공전서’를 완역하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난중일기’를 완역해 냈다. 그 당시의 한문학 대가들에게 자문을 구하여 최선을 다했다. 1968년에 ‘난중일기’만 다시 수정하여 출판했다.

 

  2013년에 ‘난중일기’ 연구가 노승석 박사가 완역본을 내었고,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이전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2019년 ‘교감완역 난중일기’를 내었다.

 

  그 뒤에 번역한 사람들은 초서는커녕 한문 해석도 잘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인데, 한결같이 ‘난중일기’ 전문가인 것처럼 책을 내고 활동하고 다닌다.

 

  이은상 선생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지금은 노 박사가 ‘난중일기’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런데 ‘난중일기’ 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 노 박사는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경제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계, 학계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難 : 어려울 난. * 辨 : 분변할 변. * 眞 : 참 진. * 假 : 거짓 가.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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