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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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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등고(油盡燈枯) - 기름이 다하면 등불이 꺼진다

 

  몇 년 전에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이 아니고, 서울대학교 교수라고 한다. 가장 안정되고 존경받고, 자신의 업적은 그대로 역사에 남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되기가 쉽지 않지만 임기가 있어, 그 이상은 하기 힘들고, 장관은 언제 그만둘 줄 모르는 비정규직과 같다.

  옛날에 월급을 봉투에 현금을 넣어 지급할 때, 월급날이 되면, 서울대학교 학과 조교도 놀라고, 모 사립대학 학교 조교도 놀란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는 이유는 정반대다.

  서울대학교 조교는 “서울대학교 교수 월급이 이것밖에 안 되나?”해서 놀라는데, 모 사립대학 조교는 “교수 월급이 이렇게도 많나?”해서 놀랐다고 한다.

  교수의 본봉은 대한민국 어느 대학이나 같다. 그러나 연구비 등 수당이 대학마다 다 다르다. 국립대학 사이에서도 연구수당이 학교마다 다르다. 사립대학은 재단이 건실하냐에 따라 대학간 엄청난 차이가 난다. 교수 연봉이 국립대학의 두 배 이상 되는 사립대학도 없지 않지만, 중등학교 교사보다도 훨씬 못 한 대학도 있고, 심지어 월급을 제 때 못 주는 사립대학도 있다.

 

  그러나 국립대학의 교수의 보수는 안정적이었다. 본봉에 연구비라는 수당을 더 보태어서 사립대학 보수의 평균 정도는 되었다. 국립대학에서 연구비라는 명목으로 월급에 보태주는 재원은, 기성회비라는 것에서 나왔다.

  그런데, 기성회비라는 것은 1963년 대학재정의 악화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문교부장관령으로 제정하여 각대학에서 기성회비를 거두어 적절하게 학교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후 각 국립대학에서 수업료에 기성회비를 추가해서 등록금을 거두었다. 대체로 수업료보다도 기성회비가 조금 많았다. 약 2대 3의 비율이었다. 그래도 국립대학의 등록금 총액은 사립대학의 절반도 안 되었다.


  수업료는 국가회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관장하여 국립대학에서 예산계획을 승인받아 타서 쓰는 것이고, 기성회비는 학교 자체에서 집행계획을 짜서 집행하면 되었다. 교육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총장이 기성회 결의를 거쳐 집행할 수 있었다.


  학교 건물을 수리한다든지, 도서관 도서나 실험실 기자재 등을 비교적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대학등록금 인상 동결이 시행되어 지금 14년 째 계속되고 있다. 또 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운동을 하더니, 국립대학 기성회비 폐지운동을 벌여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국립대학에서 기성회비를 징수하지 못 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이 소송을 벌인 이유는 현재 등록금의 5분의 2 정도에 해당되는 수업료만 내면서 학교에 다닐 줄 알았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각국립대학에서 징수하던 기성회비를 교육부에서 직접 징수하는 수업료로 만들어 등록금 총액은 그대로 유지되니, 학생들에게 혜택은 하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등록금 모두가 수업료가 되다 보니, 국립대학에서 징수한 모든 돈을 교육부에 다 보내어 교육부 허가를 받아 집행하게 되니, 학교 자체적으로는 단 돈 1원도 집행하지 못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교수 보수에 지원되던 기성회비가 없어지니, 국립대학 교수의 보수는 본봉만 있게 되었다.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교재개발비, 학생지도비 등의 명목을 신설하여 보수를 좀 보충해 주려고 해도 안정적이지 못 하고 계속 감사 등에 걸려 언론에서 문제로 삼아 왔다.

  또 2008년부터 등록금 인상동결을 계속해 온 이후로 다른 물가는 그 동안 두 배 세 배로 올랐는데, 대학의 예산은 14년 전 그대로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등록금 인상동결을 잘 한다고 박수치고 있다.

  기성회비 폐지와 등록금 인상동결은, 국립대학이 고사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 피해가 교수나 직원에서 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방의 사립대학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간다. 국립대학은 재원이 없어 시설 투자를 못 하고 있다.

10여 년이 넘은 컴퓨터나 실험기구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 적응해 갈 수 있겠는가? 기름 떨어진 등불에 불이 꺼지듯이, 재정이 고갈된 대학은 문을 닫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이 전국 교육청에 남아 있는 돈이 6조가 넘는다. 초중등학교는 지금 돈이 남아 돈다고 한다. 이것을 대학에 투자하면, 쓰러져가는 대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 油 : 기름, 유. *. 盡 : 다할, 진. *. 燈 : 등불, 등. *. 枯 : 마를, 고.]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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