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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휴적비렬(休績丕烈) - 훌륭한 업적과 큰 공훈

 

  지난 112526일 이틀 동안 안동(安東)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퇴계(退溪) 유교사상의 확장성이란 주제를 걸고 25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하는 제29회 퇴계학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국제퇴계학회가 주최하고, 퇴계학연구원, 퇴계학진흥회, 도산서원 등에서 후원하였다. 국제퇴계학회는 퇴계학을 세계로 확장하기 위하여 1985년 일본 스꾸바대학(筑波大學)에서 개최된 제8회 퇴계학국제학술대회 때 의결하여 설립된 기구이다.

 

  지금까지 대만(臺灣), 일본, 미국, 유럽, 소련, 중국, 월남 등등 세계 각지에서 퇴계학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퇴계학을 세계에 선양하고, 많은 외국학자들을 퇴계학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칼톤 등 퇴계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여럿 있고,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는 퇴계학을 교양과목으로 지정한다는 말도 있었다.

 

  국제퇴계학회의 산모는 퇴계학연구원이다. 이 두 학술기관의 설립과 운영에는 춘곡(春谷) 이동준(李東俊 : 1915-1988) 선생의 탁월한 경륜과 지극한 노력이 있었다. 춘곡이 퇴계학연구원과 국제퇴계학회의 기초를 닦고 체재를 세웠다.

 

  춘곡을 대하면, 바로 “‘걸출(傑出)한 인물이란 바로 이런 분을 두고 하는 이야기구나!”라는 첫 느낌이 든다. 정말 탁월한 추진력과 끝없는 열정을 가진 분이다. 직설적으로 내놓는 말씀은, 어떻게 보면 유아독존적인 경향이 없지 않지만, 거의 모든 구상을 정확하게 한꺼번에 쏟아내었고, 반드시 실천에 옮겼다.

 

  그는 퇴계선생 종손 13대 종손 하정(霞汀) 이충호(李忠鎬) 공의 둘째 아들인 원대(圓臺) 이원태(李源台) 공의 장남이다. 지금 16대 종손 이근필(李根必) 옹의 당숙이다.

 

  젊은 시절 문경시멘트 공장을 경영하여 국내 굴지의 재벌이 되었다. 그 뒤 다시 인천제철, 유니온 셀로판 등의 회사를 창립하여 경영했으나, 뜻과 같지 못 하여 사업에서 손을 떼었다.

 

  1970년 퇴계선생 서거 4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퇴계학연구원을 창립하였다. 남산에 퇴계선생 동상을 세우고, 도산서원(陶山書院)을 대대적으로 중수하였다.

 

  퇴계학연구원을 만들어 서울대학교 박종홍(朴鍾鴻) 교수, 고려대학교 이상은(李相殷) 교수, 영남대학교 이인기(李寅基) 총장, 연세대학교 이가원(李家源) 등 한국학계의 비중 있는 학자들을 초빙하여 연구와 경영에 참여시켰다.

 

  퇴계학보를 발간하고, 학술대회를 꾸준히 개최하여 명실상부한 연구하는 기관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퇴계학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국제화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출발은 아주 초라하였다.

 

  1978년 겨울 춘곡은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선생과 성균관대학교 정범진(丁範鎭) 교수를 대동하고 대만에 도착했다. 연민의 학문으로 대만의 원로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대만에서 유학하여 지인이 많은 정교수가 인맥을 연결하기 위해서 였다. 김언종(金彦鍾) 등 유학생들도 통역하고 안내하여 일을 많이 도왔다.

 

  도착해서 공자의 종손 공덕성(孔德成), 고명(高明), 전목(錢穆) 등 원로교수를 만나 국제퇴계학회 대만 지회의 설립과 1979년 가을 대만에서 국제퇴계학술대회를 개최하게 협조해 달라고 했다. 그 당시 대만의 학자들은 퇴계의 존재를 거의 몰랐고, 또 반대하는 이유가 우리나라 주자(朱子)의 학회도 아직 결성 안 되어 있는 마당에, 퇴계학회 설립이 말이 됩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춘곡은, “우리는 국적에 상관없이 주자를 대학자로 높여 성균관과 전국 각 향교 서원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학문에 국경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만약 여러 선생들이 퇴계학회 결성하는 데 협조를 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돌아가서 전국 향교 서원에서 모시고 있는 주자의 위패(位牌)를 다 철거해 버릴 것입니다.”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대만사범대학 곽위번(郭爲藩) 총장의 허락을 받아내어, 197911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대만에서 퇴계학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독일에 가서는 처음에, “한국에 무슨 철학이 있습니까?”라는 수모의 말을 들었지만, 춘곡의 그칠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마침내 독일에 퇴계학회 지회를 설립하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때맞추어 국제학술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는데, 전세계에서 2백여 명의 퇴계학 연구자들이 모여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때 중국 대륙에서만 5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하였다.

 

  1989년 중국 대륙에서의 학술대회 개최가 확정되어 개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춘곡은 1988년 연말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춘곡이 세상을 떠난 지 35년이 되었지만, 그의 뜻을 잘 이은 분들이 지금도 퇴계학연구원과 국제퇴계학회를 잘 운영하고 있다.

 

[*. 아름다울, . , . *. : 길쌈할, . 업적, . *. , . *. 공훈, . 매울, .]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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