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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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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원두활수(源頭活水) 근원지의 살아 있는 물

 

  새해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계묘년은 토끼 띠의 해이다.

 

  토끼는 연약한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에게 잡혀 먹지 않도록 달릴 수 있는 능력과 꾀를 주었다. 또 토끼는 한꺼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다.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인 우리나라에 많은 신생아가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달 속에서 약을 찧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되어 있고, 또 토끼털은 붓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귀토설화(龜兎說話)’가 있는데, 줄거리는 이러하다.

동해 용왕의 따님이 심장병을 앓았는데,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했다. 바다 속에 토끼가 없었다. 거북이가 토끼를 구하러 육지로 나와 살기 좋은 곳으로 가자고 설득하여 따라나섰다. 용궁에 가 보니, 자기를 죽여 간을 약으로 쓰게 되었다.

 

  기지를 발휘하기를 “저는 신령의 후손이라 오장을 마음대로 빼어냈다 넣었다 할 수 있습니다. 요사이 속이 답답해서 간을 빼내어 씻어 말려 놓았습니다. 저 거북놈이 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 간을 넣지 않고 그냥 왔습니다. 다시 가서 간을 가져오지요. 저는 간이 없어도 사니, 약으로 써도 괜찮습니다”라고 했다.

거북이가 태워 육지로 나왔다. 해안에 오르자, 거북을 돌아보고, “간 없이 사는 것이 어디 있더냐? 이 멍청아”하고 달아나 버렸다.

 

  얼마 전까지 연말연시(年末年始)의 인사로 연하장(年賀狀)이라는 것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으로 인사장을 보낸다. 그 내용은 옛날 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아하자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옛날 것이라고 다 보내면 안 되고, 옛날 것의 좋은 점을 잘 간직하여 새것과 조화를 이루어 다른 그 무엇을 창조해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날 것을 잘 활용해서 기본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학문은 물론이고, 경제나 국방, 기술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주자(朱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라는 시는 이러하다.

  반 마지기 되는 모난 연못 거울처럼 펼쳐졌는데,

  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 함께 왔다갔다하누나.

  묻노니 어디서 이런 맑은 물 얻어왔는가? 근원지에 콸콸 솟는 물이 있기 때문이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근원지에 콸콸 솟는 물이 없으면, 연못물도 냇물도 강물도 있을 수 없다. 옛날 것을 보내거나 버릴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잘 계승 활용해서 큰 물줄기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잘된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서, 이전에 쌓은 역량을 오늘날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앞의 것을 무조건 부정하면 안 되고, 좋은 전통을 만들어 이어나가야 한다.

 

* 源 : 근원 원. * 頭 : 머리 두.

* 活 : 살 활. * 水 : 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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