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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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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좌정관천(坐井觀天) -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

 

  조선시대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받던 유교가 지금은 너무나 쇠퇴해 있다. 세상이 바뀌어 그렇게 된 것도 적지 않지만, 유림들 자기 손으로 유교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사나 신부는 설교할 때 성경을 자유자재로 인용한다. 스님들도 불경을 줄줄 외운다. 그러나 유림의 지도자들은 성균관장부터 유교 경전이나 선현들의 저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꼭 한문을 알지 않아도 유학적 지식을 쌓아서 유림지도자가 될 수 있다. 웬만한 유교경전이나 선현들의 문집이 거의 다 번역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고, 공부를 안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다.

 

  모르면서 유림의 책임을 맡으면, 제도나 예의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기 멋대로 바꾸어 버린다. 전임자가 잘해 놓고, 발전시켜 놓은 것도 멋대로 바꾸어 망가뜨려 버린다. 전직에 상관없이 공부하여 유학에 관한 지식과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 유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임기를 꼭 정할 필요도 없다. 잘하면 계속 연임해도 괜찮다. 잘못하는 사람은 한 번도 안 된다.

 

  요즈음 유림들의 착각 가운데 하나는, 서원이 자기 고을에 있으면 자기 고을 소유의 서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도산서원(陶山書院)이 안동시(安東市)에 있다고 해서 안동 사람들 것이고, 덕천서원(德川書院)이 산청군(山淸郡)에 있다고 해서 산청군 사람들 것이 아니다.

 

  대현(大賢)의 서원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같은 분은, 서울에 있으면서 도산서원과 덕천서원의 원장을 지낸 것이다. 덕천서원도 식산(息山) 이만부((李萬敷),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 등 경북지방 출신이지만 큰 학자들을 원장으로 초빙하였다. 서원의 원장은 학덕(學德)을 가지고 임명하는 것이지 나이나 지역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의 학덕을 배워 서원을 발전시키고, 각자의 학덕을 높이려는 목적에서였다.

 

  경남의 어떤 고을에서는 “우리 군에 있는 서원의 원장이나 원임을 왜 다른 지역 사람에게 줄 것이냐? 헌관도 군내에서.”라고 결의해서 실행하고 있다. 또 서울 선비가 산청 어떤 서원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산청의 몇몇 유림이 “우리 고을 유림들이 가만 안 두려고 한다.”라고 계속 협박하여 그만두게 만들었다. 그러자, 협박하던 자들이 당장 그 자리를 맡았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배워야 발전이 있을 것인데, 그런 선비를 축출하면 결국 누가 손해이겠는가? 책도 안 보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의 말도 안 들으니, 어디서 보고 들어 식견이 늘겠는가? 앞으로 모든 서원이 ‘동네서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물 안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 하늘이 다 보이겠는가?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바른 판단을 할 수가 없다. 남의 지도자 된 사람이 판단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을 오도하고 나아가 사회나 나라에 폐해를 끼친다.

 

* 坐 : 앉을 좌. * 井 : 우물 정. * 觀 : 볼 관. * 天 : 하늘 천.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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