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조회 수 16 추천 수 0 댓글 0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의세화수(倚勢禍隨) -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

 

  명(明)나라 초기 범입본(范立本)이 지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이라는 책이 있다. 1592년에 스페인어로 번역 출판되어 서양에 널리 알려졌다. 동양의 고전 가운데 서양에 최초로 소개된 책이다.

 

  여러 글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초학자용으로 읽혀진 것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3년 제작된 ‘대장금(大長今)’이라는 사극에서 주인공 이영애(李英愛)가 ‘명심보감’을 읽고 자주 언급하고, 여러 의녀(醫女)들이 읽는 것으로 나오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선현들의 문집에 거의 나오지 않고, 권장하는 도서 목록에 한 번도 보이지 않는다.

 

  한문학자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교수는 평소 “수많은 중국 서적을 인용해서 만든 ‘명심보감’을 고려의 학자가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1970년 동해안 학술답사를 하던 중 어떤 농가에서 발견했는데, 1554(단종 2)년에 충주(忠州)에서 간행한 목판본이었다. 범입본이 1393년에 쓴 서문이 있어, 그의 저서임이 확인되었다.

 

  고려 말기 추적(秋適)이라는 학자가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고려사’ 추적열전이나 선현들의 문집에는 기록이 없다. 근세 창녕(昌寧) 출신의 학자 심재(深齋) 조긍섭(曺兢燮: 1873~1933)이 이 책의 가치를 최초로 인정하였다. 중국에서도 명나라 이후 거의 사라졌다가 우리나라 ‘대장금(大長今)’이 중국 천지에서 워낙 유행함에 따라, 이 책을 다시 알고 번역 출판하기 시작했다.

 

  ‘명심보감’은 유교·불교·도교 구분 없이 선현들이나 명인들이 남긴 좋은 말을 가려 뽑은 수신용 책이다. 다만 결론이 수신하고 착한 일 하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되어 있어 유학자들은 그 가치를 폄하하였다.

이 책에는 수신하거나 처신하는 데 좋은 말이 너무나 많다. 그것만 실행해도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동용 서적이라 하여 자세히 보는 사람이 드물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함안여자중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손으로 베껴 두고 여러 번 읽었지만, 한문학 교수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통독해 본 적이 없었다.

근년에 중국에서 간행된 것 3종을 구입하여 두었다가 다시 꺼내 군데군데 읽어 보는데 이렇게 좋은 말이 많은 줄 몰랐다.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총명한 사람이 우매한 경우가 많고, 계산 잘 대는 사람이 알맞은 것을 잃는 경우가 많다. 남을 손해 보이면 결국 자기가 손해 보고,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算計失便宜. 損人終自失, 倚勢禍相隨.]”

자질도 안 되면서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측근인 덕분에 국회에 진출하여 정의를 부르짖으며 설쳐대면서 속으로는 부정을 저지르고 재산 모으는 데 급급하는 자들이 읽어 봤으면 한다.

 

*倚 : 기댈 의. *勢 : 형세 세.

*禍 : 재앙 화. *隨 : 따를 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982) 권형경중(權衡輕重) -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저울로 달아서 안다 file 아우라 2023.05.30 20
123 (981) 형평천하(衡平天下) - 온 세상을 저울대처럼 공평하게 만든다 file 아우라 2023.05.24 21
» (980) 의세화수(倚勢禍隨) -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 file 아우라 2023.05.16 16
121 (979) 수비이송(樹碑而頌) - 비석을 세워서 칭송하다 아우라 2023.05.09 17
120 (978) 마약중독(麻藥中毒) - 마비시키는 약물의 해독에 걸려들다 아우라 2023.05.02 9
119 (977) 화생불측(禍生不測) - 재앙은 예측하지 못 한 데서 생겨난다 아우라 2023.04.25 16
118 (976) 진석음식(珍惜飮食) - 음식을 보배처럼 여겨 아낀다 아우라 2023.04.18 18
117 (975) 유지경성(有志竟成) -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 file 아우라 2023.04.11 18
116 (974) 경세잠언(警世箴言) - 세상에 경고를 하는 교훈적인 말 아우라 2023.04.04 13
115 (973) 진덕수업(進德修業) - 덕을 증진시키고 학업을 닦는다 file 아우라 2023.03.28 17
114 (972) 노당익장(老當益壯) - 늙을수록 마땅히 더욱 씩씩해야 한다 file 아우라 2023.03.22 14
113 (971) 좌정관천(坐井觀天) - 우물 속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 file 아우라 2023.03.14 19
112 (970) 경약신명(敬若神明) - 신명처럼 존경한다 아우라 2023.03.07 20
111 (969) 짐본포의(朕本布衣) - 황제인 나도 본래 베옷 입은 평민이었다 file 아우라 2023.02.28 14
110 (968) 도역유도(盜亦有道) -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다 아우라 2023.02.21 21
109 (967) 유언혹중(流言惑衆) - 근거 없이 떠도는 말들이 대중을 미혹하게 만든다 아우라 2023.02.14 13
108 (966) 불여불제(不如不祭) -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만 못 하다 file 아우라 2023.02.07 16
107 (965) 군자삼락(君子三樂) - 군자다운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아우라 2023.01.31 60
106 (964) 교토삼굴(狡免三窟) - 약삭빠른 토끼가 파 놓은 세 개의 굴, 영리한 사람이 회피해나갈 여러 가지 계략 file 아우라 2023.01.17 17
105 (963) 서원강회(書院講會) - 서원에서의 강학 모임 아우라 2023.01.10 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