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한학연구원장
잠완경훈(潛玩經訓) - 유교 경전의 가르침에 푹 잠겨서 그 의미를 맛본다
성인(聖人) 공자(孔子)에 의해서 종합되고 완성된 유학(儒學)의 도통(道統)이 그 제자 증자(曾子)에게 전수되어, 자사(子思)를 거쳐 맹자(孟子)에 이르렀다. 그러나 맹자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유학의 도통이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황(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한 이후로는 유교는 철저히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송(宋)나라 때 와서 정자(程子) 주자(朱子)에서부터 유교 경전을 연구하면서, 성인의 사상이나 학설에 대한 재해석으로 철학의 범주에 들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주자는, 어렵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오경(五經) 위주의 유학에서 평이하면서도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사서(四書) 위주의 유학을 지향하면서, 유학의 부흥을 가져올 바탕을 만들었다.
유학 경전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 수많은 주석서가 나와 있다. ‘논어’에 대한 주석서만 해도 남아 있는 것이 3000종을 넘는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나 중국의 학자들이 그렇게 애독하던 유학 경전 속에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까? 오늘날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이렇게도 철저하게 유학 경전을 폐기한 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일까?
그런데 학계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전문 기업가들이 유학 경전에서 경영의 비결을 찾아 탐독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삼성(三星)의 창업자 이병철(李秉喆)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힘은 논어(論語)에 있다. 나는 경영학 관계의 서적은 거의 보지 않는데, 너무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논어를 추천하겠다”라고.
LG그룹 창업자 구인회(具仁會) 회장, 효성(曉星) 그룹 창업자 조홍제(趙洪濟) 회장도 논어를 탐독하였다. LG전자 이헌조(李憲祖) 회장은 평생 논어, 맹자(孟子)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그의 경영철학은 유학에서 나왔다. LG그룹의 연수원 명칭을 ‘인화원(人和苑)으로 붙인 사람도 그였다.
코오롱 그룹 민경조 부회장은 논어를 300번(일설에는 1000번) 이상 읽었고, ‘논어경영학’이란 책도 펴냈다. 그가 코오롱건설 사장을 맡아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연매출 1조원의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논어 등 유교경전이 어떻게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업체의 위기나 부도 등은 모두 원칙 없는 경영과 신뢰의 상실에서 오기 때문이다. 논어에 나오는 가르침에 따르면, 원칙을 어기는 일이나 신뢰를 잃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기업이 정상으로 가게 되어 있다.
유학의 경전은 유학이나 한문학을 전공하는 학자만 읽어야 할 고전은 아니다. 누구나 읽고 자기의 인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문의 장벽 때문에 못 읽는다고 하지만, 좋은 번역이 많이 나와 있다. 비단 논어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읽어온 유학 경전 속에는 삶의 지표가 될 가르침이 많이 들어 있다. 바쁜 속에서도 여유를 찾아 유학 경전 속에 푹 잠겨 그 오묘한 가르침을 맛보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많은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 潛 : 잠길 잠. * 玩 : 즐길 완.
* 經 :경서 경. * 訓 : 가르칠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