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한학연구원장
위사중소(爲師衆笑) - 스승이 되면 뭇 사람들이 비웃는다
필자가 처음으로 들어본 대학 교수의 강연은 서울대 생물교육과 최기철(崔基喆) 교수가 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말에 경남 일대에 민물고기 조사하러 왔던 차에, 그 제자들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릴 때 공부를 잘하니까 사람들이 왜 법과를 가서 판검사를 하지 않고 교사를 하려고 한다며 나무랐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자기는 생물학을 전공한 것이 재미도 있고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분의 중후하고 인자한 모습과 알아듣기 쉽게 강연하는 정성에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이 분은 우리나라 담수어(淡水魚) 연구와 자연생태계 보존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 뒤 알게 된 사실인데, 최 교수님은 생물교육과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은 물론 신상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매우 깊다는 증거이다. 제자인 강원대 생물학과 권오길(權伍吉) 교수도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대단히 깊었다. 교수가 되기 전에 경기고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었다. 대학교수가 된 이후 몇십 년이 지난 뒤 3학년 11반 졸업생들이 반창회를 하면서 담임선생이었던 권 교수를 초청했는데, 권 교수는 62명 졸업생의 이름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출석부 순서 그대로 불렀다고 한다. 졸업생들도 그 정도로 애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교수나 교사가 이 정도로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데, 존경 안 할 학생이 있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자들은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금년 조사에 의하면 19%로 떨어졌다. 그리고 교사가 존경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2%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얼마나 학부모들의 민원과 폭력에 시달렸으면 자살하는 교사가 나올까?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교직을 떠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처우(處遇)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교육자들을 버티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학생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교육자의 교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교육환경을 파괴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당(唐)나라 때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없었던지, 당나라 대문장가인 한유(韓愈)는 ‘사설(師說)’을 지어 스승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유종원(柳宗元)은 ‘사우잠(師友箴)’을 지어 스승과 벗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유종원은 ‘사우잠’의 서문에서 “지금의 세상에서는, 남의 스승이 된 사람을 뭇 사람들이 비웃는다. 온 세상에서 스승을 섬기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에서 더욱 떠나는 것이다.[今之世,爲人師者, 衆笑之. 擧世不師,故道益.]”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크게 어지러운 것은 스승을 존경하지 않아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계기로 교육자는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은 열심히 배우는 그런 환경이 되어야, 우리나라의 교육이 정상화되어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어 국가민족의 큰 힘이 될 것이다.
* 爲 : 할 위. * 師 : 스승 사.
* 衆 : 무리 중. * 笑 : 웃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