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한학연구원장
부화상상(浮華相尙) - 들뜨고 화려한 것만 서로 숭상한다
2020년 연초 코로나로 상호접촉이 통제되기 직전 저녁 모임을 하는데, 참석자 한 분이 “저녁 7시 반 이전에는 꼭 마쳐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몇 번이나 당부하기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라고 했더니, “꼭 봐야 할 텔레비전 프로가 8시부터 있어서 그럽니다.”는 것이였다. “무슨 프로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미스터트롯’이라는 가요대결 프로인데, 너무너무 재미 있어서 한 번 보고 나서는 빠뜨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분의 소원대로 일찍 마쳤다.
그 프로를 꼭 보아야 한다고 모임을 일찍 마치자고 강력하게 주장한 분은, 평소에 노래를 좋아하는 분도 아니고, 노래를 단 한 곡도 할 줄 아는 분도 아닌데, 그 프로에 매력을 느껴 그 프로의 시청을 꼭 했던 것이다. 그 뒤에 그 연세에도 상관없이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출신 가수들의 극성 팬이 되어 팬 클럽에도 가입하고 공연 보러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다.
평소에 텔레비전을 아예 안 보던 필자도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고 그 채널을 맞추었다. 필자는 평소에 노래를 매우 좋아하던 사람인데, 잠시 보다가 재미도 없고 반감도 일어, 곧 꺼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었던 것 같다. 첫째 노래 한 곡 부르는데, 그 사이의 사회자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흥을 다 죽이는 것이다. 둘째는 “노래 한 곡하는 데 저렇게 화려한 조명, 야한 의상, 동원한 많은 보조 인원 등이 필요하나?” 하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꼈다. 셋째는 초등학생, 중등학생들까지 나와 경쟁하는데, “저 학생들은 학교는 안 다니고, 공부는 안 하나? 초, 중등학생들이 입선을 하여 돈방석에 앉으면, 전국에 학생들이 마음이 들떠 공부가 눈에 들어오겠나? 심히 걱정스럽다.”네 번째는 “국악(國樂) 전공하는 사람이나 성악가들이 돈 벌기 위해서 트롯 가수가 되면, 국악이나 성악을 누가 계속 하겠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지금도 국악인 출신이나 성악가 출신의 가수나 학생 신분의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 한 곡도 듣지 않는다. 자기 본업에 대한 배신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 그 프로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을 여러 장소에서 피력해 봐도,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조차도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꼰대 취급 받기 좋은 언행이지.”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뒤 임영웅 등 7명이 베스트로 뽑혀 가수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입장권 한 장에 20만 원에 이르고, 22회에 걸쳐 전국 순회공연을 했는데, 표를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다. 마침내 5만 명을 수용하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미국 공연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 이외에 대규모 팬클럽도 형성되었고, 광고 모델 수입료도 최고가에 이르렀다.
이 때 4등을 한 김호중 역시 가수로서 승승장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임영웅보다 노래를 더 잘 한다고 평한다. 정통 성악가 출신이다. 공연입장권도 임영웅보다 더 비싸게 받는다.
“한갓 노래만 잘 하는 법만 배워 등수 올리는 데만 신경을 써 온 가수들 문제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동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장래 직업선택에서 1번이 연예인이라고 하는 데서 가수가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지 알 수 있다. 이러면 누가 학문 연구하고, 기술 연마하겠는가? 도덕 윤리 인성(人性) 등은 그 사이에서 거론할 틈도 없다. 대학 교수까지 중등학생 연예인 팬 클럽에 가입하는 세상이 과연 정상인가?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터졌다. 잘 나가던 가수 김호중이 지난 5월 9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었다. 음주 측정 받고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면, 벌금이든지 징계든지 받고 말았을 것이다. 구속까지 갈 정도는 아니니, 당분간 연예활동 조금 쉬고 다시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뺑소니, 사고 뒤 의도적 음주, 매니저 대신 자수, 조직적 은폐, 말 바꾸기, 공연강행 등등 여러 가지 죄를 스스로 만들어 결국 안타깝게 구속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처럼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등등의 되지도 않는 말을 했다.
정확한 판단이 필요할 때 김호중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평소에 도덕적 훈련을 전혀 안 받았기 때문이다. 한갓 허황된 화려함만 숭상하는 우리 사회 대중들이 서로 서로 부추겨 가면서 이런 사람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 결과다. 제2, 제3의 김호중이 안 나오게 하려면, 예능과 함께 인성교육도 반드시 해야 한다.
[*. 浮 : 뜰, 부. *. 華 : 화려하, 화. *. 相 : 서로, 상. *. 尙 : 숭상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