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한학연구원장
신도시덕(身都是德) - 온몸이 모두 덕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많이 읽혀온 '삼국연의(三國演義)'[속칭 '삼국지(三國誌)']에는 등장인물이 1300명 정도 나오는데, 각각 성격이나 역할이 다르게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삼국연의'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계속 좋아해 왔던 것이다. 내가 아는 기업가 강영(姜瀅) 회장은 어릴 때부터 '삼국연의'를 좋아하여 백여 번을 읽어 '삼국연의' 속에 잠깐 나오는 인물이나 그 역할까지도 다 기억해서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호지(水滸誌)'나, '서유기(西遊記)'는 그런 매력을 못 느껴 두 번 이상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삼국연의'에 나오는 촉한(名將)의 명장 조운(趙雲)은 간담(肝膽)이 크기로 유명하다. 조운은 자(字)가 자룡(子龍)이기 때문에, 보통 조자룡(趙子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한중(漢中)에서 조조(曹操) 군대의 포위를 뚫고 적을 무찌르고 돌아오자, 유비(劉備)가 칭찬하여, “조자룡은 온 몸이 간담이야![一身都是膽]”라고 했다. 담(膽)은 쓸개인데, 사람의 판단력과 용기 배짱 등은 쓸개가 주관한다고 동양의학에서는 믿고 있다.
조선 말기 삼가(三嘉)에 살았던 후산(后山) 허유(許愈 : 1833-1904)선생은 학문도 대단했지만, 인격이 워낙 훌륭해서, 후배 학자들이 조자룡을 칭찬하는 말을 본떠, “온몸이 모두 덕(德)이다.[一身都是德]”이라고 칭찬했다.
덕(德)은 무엇인가? 고금의 여러 설이 있지만, 오늘날 쉬운 말로 풀이하면, ‘올바른 마음에서 나오는 훌륭한 인격과 그에 따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여 베풀면 은덕(恩德), 공덕(功德)이 되는 것이다. 도(道)는 진리 그 자체지만, 덕은 자기의 노력이나 공부를 통해서 자기가 얻은 도(道)다. 비유하자면, 도는 흘러가는 물과 같다면, 덕은 자기가 노력해서 길어다 자기 집 독에 보관하여 쓸 수 있는 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오늘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덕이 무슨 필요하겠는가? 최첨단의 지식 기술 따라가기도 바쁜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체신부, 교통부,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등 장관 5번, 건국대학교, 아주대학교 등 대학 총장 2번, 동아일보사 사장, 한국과학기술원 이사장,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 한국야구연맹 총재 등을 역임하고, 지난 5월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으로 선임된 오명(吳明) 박사가 있다. 1993년 정부 국장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선정한 역대 제1의 체신부장관, 대한민국 10대 최고장관 등등, 그의 이력과 능력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분은 무슨 자리를 달라고 부탁하거나, 남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도, 계속 초빙을 받는다.
한국 통신혁명의 주역, 한국 정보화의 기수(旗手), 체신부의 살아 있는 전설, 기적의 경영자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전자산업, 전자정부, 은행온라인, 교통체제 전산화, 88올림픽 홍보, 반도체산업, 벤처기업, 영종도 허브공항, 고속전철, 우주항공산업 등등의 분야에 모두 이 분의 공로와 업적이 들어 있다. 1981년 체신부차관이 되었을 때, 벌써 20년 30년 앞을 내다보고 일했다.
이 분은 육사 출신, 국보위 상임위원, 5공, 6공 정부 장관 등등의 이력이 있어, 비슷한 이력을 가진 대부분의 인사들이 퇴출되거나 매장되었는데도, 계속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 때 교육부장관 제의를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교육부장관에 임명되었다가, 극소수 몇몇 네티즌들의 반대가 있자, 자진 사퇴했다. 그 뒤 노대통령이 다시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체신부 동아일보사 아주대학교의 노조위원장들이 떠날 때 더 있어 달라고 붙잡았을 정도다. 망해가는 기관은 크게 일으키고, 분열이 심한 직장은 화합하게 만들었다. 편지나 전달하고 전화교환기나 돌리던 체신부를 최선진의 정보통신부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 분의 이러한 리더십이 요즈음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며칠 전 한국과학한림원에서 오명 리더십의 비밀이라는 책까지 내었다. 이 분 스스로가 정한 「리더십 십계명(十誡命)」이 있는데, 아주 독특하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리더십의 본질은 덕(德)이다.”라고 했다. 십계명 가운데 표현은 달라도 덕과 관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라.”, 여섯 번째는 “한번 맺은 인연 평생을 간직하라.”, 일곱 번째는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라.”, 여덟 번째는 “장점을 먼저 보라. 칭찬하라.”, 아홉 번째는 “행복과 불행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열 번째는 “윗사람 눈치 보지 말고 아랫사람 존경 받아라.”이다.
리더십하면, 서슬 퍼런 권위나 통제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힘이다. 이것이 바로 덕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의 극치에 인공지능이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덕이 더욱 중요하다. 덕은 쉬운 말로 하면 바로 인성(人性)이다.
*. 身 : 몸, 신. *. 都 : 도읍, 도. 모두, 도. *. 是 : 이, 시. 이다, 시. *. 德 : 큰, 덕. 인격,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