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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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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야랑자대(夜郞自大) - 야랑이라는 조그만 나라가 스스로 크다고 여기다

 

  전한(前漢) 시기에 중국 귀주성(貴州省) 지역에 야랑(夜郞)이라는 정말 작은 나라가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군(郡) 단위 정도의 면적을 가졌는데, 완전한 독립국이었다.

 

  그 나라 임금이나 신하는 단 한 번도 밖에 나가 보거나 다른 나라와 교류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야랑국 임금이 나라 안을 순시하다가 신하에게, “이 세상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클까?”라고 물었다. “우리 야랑국이지요.”라고 대답했다. “제일 높은 산은?”, “당연히 저 산이지요.”, “제일 긴 강은?”, “당연히 저 강이지요?”라고 대답했다.

 

  들으면 우습겠지만,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뒤 한나라 무제(武帝)가 야랑국에 사신을 보냈다. 야랑국 임금이 진지하게 묻기를, “우리 야랑국하고 한나라하고 어느 나라가 더 클까요?” 3000배 정도나 될 한나라하고 야랑국하고 비교하는 질문을 듣고 한나라 사신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야랑국 왕은 견문이 없으니 안목이 생길 수가 없고, 자기 나라의 규모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야랑국 임금은 천추에 남을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남겼다. 생각이 모자라고 견문이 모자라 자기가 최고일 뿐, 남의 대단한 점은 인정하지 않는 잘난 체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로 자주 쓰인다.

필자는 한문학(漢文學)을 전공하다 보니 종가(宗家)나 서원 등을 자주 방문한다. 어떤 종가에 갔더니 종손이 계속 조상 자랑, 자기 부친 자랑이었다.

 

  당연히 자랑할 만했다. 그러나 자랑하려면, 그 종가보다 더 대단한 종가도 많이 있다. ‘3대 대제학(大提學)’, ‘9대 연속 문과 급제한 집안’, ‘양대 연속 영의정 집안’ 등등. 이러면 모든 종가들이 자기 자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자랑하기 전에 “우리 조상이 국가민족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를 한번 자문했으면 싶었다.

 

  어떤 서원에 갔더니 안내를 맡은 후손이 “여기 모신 우리 선생만이 참된 선비로서, 임금이 여러 번 불러도 안 나갔고, …….” 등등 자랑을 한참 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은데, “어떤 선생은 학자로 이름났지만, 속으로는 벼슬을 좋아하고, 권력자들과 친하여 참된 학자라고 할 것도 못 되면서 서원에 모셔 …….” 등등 다른 선현들 폄하(貶下)하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지난 3월에 작고하신 퇴계선생 16대 종손 이근필(李根必) 옹은 종가나 서원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퇴계선생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늘 다른 훌륭한 선현들의 좋은 일만 이야기해 왔다.

 

  남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자기와 관계되는 것은 겸허한 태도를 취하면 세상은 더욱 화목해지고 갈등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자기 자랑을 계속하면 결국 남과 경쟁하게 되고, 경쟁하면 분열과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 夜 : 밤 야. * 郞 : 사내 랑. * 自 : 스스로 자. * 大 : 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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