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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퇴계 귀향길은 한 나라의 길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前 기획예산처 장관)

 

  오늘 하루 경관이 빼어난 한강변 미음나루(남양주)에서 한여울(양평)까지 80리를 걷는다. 뜻을 같이하는 50명이 훌쩍 넘는 일행과 이달 27일부터 나흘째 함께 걷는 중이다. 바로 454년 전 1569년 어느 봄날 임금과 조정 신료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을 나서 고향인 안동 도산으로 내려간 퇴계 선생(이황, 1501~1570년)의 14일에 걸친 700리 마지막 귀향길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걷기 재현행사이다. 당시 퇴계는 서울에서 충주까지 배를 탔고, 이후 안동까지는 말을 타고 갔다. 우리 재현단은 당시의 일정과 경로를 따라가지만 배와 말을 이용할 수 없어 약 270km 거리를 하루 평균 20km가량 걸어서 4월 9일 도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퇴계 귀향길 걷기 행사는 선생이 마지막으로 귀향한 지 450주년이 되는 2019년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한 1회성 기념행사였다. 그런데 당시 참가자들의 찬사와 요청이 빗발쳐 매년 실시하는 행사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이듬해(2020년)에는 중단되었고, 2021년과 2022년 행사도 축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4회째인 올해 실시하는 행사는 이 때문에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코로나의 그늘을 벗어나게 되어 전 구간을 완주하는 열일곱 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비롯해 예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앞선 행사들과 달리 경상북도와 안동시 등 지자체가 주체로 참여하는 것도 뜻깊다. 개막식에는 서울시장도 참석하여 환영사를 하는 등 귀향길 행로가 지나가는 서울의 종로·중구·성동·강남·송파·강동·광진과 경기도의 구리·남양주·양평·여주, 강원도의 원주, 충청북도의 충주·제천·단양 그리고 경상북도의 영주·안동 등 5개 광역시·도와 17개 시·군·구가 적극 참여함으로써 한층 큰 행사가 되었다.

  퇴계 귀향길을 다시 걷는 것은 일반적인 걷기행사의 차원을 넘어선다. 우선, 이 길은 한반도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건강한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걸어 봄직한 참으로 매력적인 길이다. 걷다 보면 우리 땅의 강과 산의 수려한 경관에 몸과 마음을 힐링하며 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나가는 지역의 역사유적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어 열흘이 넘는 여정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인지 완주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낙오한 사람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옛날 이 길을 걸었던 큰 사람 퇴계의 소망과 철학을 오늘 우리의 삶 속에 되새겨 볼 수 있다. 퇴계는 궁극적으로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살기 좋은 세상’을 소망했다. 이를 위해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향 도산으로 물러나 인간과 자연을 깊이 있게 사색 탐구하고, 체득한 것을 세상과 널리 공유하기 위해서 저술과 후학양성에 몰두했다. 그렇기에 가장 높은 곳의 임금도 낮은 계곡으로 물러남을 허락하고 존모하였다.

  퇴계는 시간 속에 화석화된 인물이 아니다. 그의 가르침은 현재에도 큰 울림을 지닌다. 퇴계의 학문과 사상의 핵심은 그의 실천적 삶 속에 있다. 권력의 부정부패에 엄격하여 검소하고 질박한 생활을 했고, 신분사회였음에도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였다. 여성과 하인 등 약자에 대한 그의 배려와 존중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태도를 극구 경계하여 학문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와도 존중하며 진솔하게 소통하여 결국에는 도반이 되었다. 이런 일들은 늘 남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고 성찰하는 태도가 체화되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점에서 퇴계가 벼슬을 버리고 나섰던 귀향길을 따라 걷는 것은 그가 소망했던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절호의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행사에는 퇴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기독교인과 다른 학파의 후손 등 다양한 계층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걸으며 퇴계 선생의 사유와 언행을 자연스레 되새기고 있다.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은 퇴계의 소망이자 우리의 꿈이다. 자연과 인문에 대한 성찰이 함께하는 참 스승 퇴계 귀향길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인의 길, 한 나라의 길로 승화되기를 기원하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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