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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는 창강정사, 양정재, 연정 등 서당이 몇 곳 있었다.

구씨네는 양정재에서, 허씨네가 공부하는 서당은 연정이었다. 서당 공부가 끝나면 서로 만나서 장난도 치고, 염창강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성장하였다. 구인회가 어린 시절인 1910년대 지수면에는 신식학교 교육기관이 없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서당에 다니거나 마을 선비들의 가택에서 천자문, 논어, 맹자 등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학문을 익혔다.

 

홍문관 교리였던 구인회 할아버지 구연호
1907년 고향 지수 ‘창강정사’서 글 가르쳐

구인회는 13살 때 논어·맹자·대학 등
가장 난이도 높은 사서삼경 전 과목 학습

1921년 5월 지수면에 보통학교 들어서자
아버지가 조부 허락받아 15살에 입학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구인회 생가./매일경제/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구인회 생가./매일경제/

 

# 서당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 공부

구인회 할아버지 만회 구연호는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에 주석이나 뜻풀이를 한 천재였다. 고종 때 홍문관 교리가 되어 임금 앞에서 경서를 강론한 학자였다.

교리는 조선시대 홍문관의 정5품 벼슬이다. 홍문관은 사헌부, 사간원과 함께 삼사라 하여 경서와 서적 관리를, 경연이라 하여 왕 앞에서 경서를 강론하는 일과 왕자를 교육하는 자리이다.

1907년 홍문관이 폐지되자 한양에서 공직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승산으로 낙향하였다. 군자는 노년이 되면 걸음을 걷지 않는다고 하였다. 외부와 일체의 관계를 끊고 이곳 승산리에 창강정사를 지어 거주하면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생활하였다.

중앙에서 높은 관직에 있다가 낙향한 분이라 일본 헌병이나 경찰의 갖은 수모와 추궁에 시달리기도 하였지만 의연하게 대처하여 마을의 큰 어른으로 존재하였다.

만회는 장손 구인회에게 보내는 사랑과 인자함을 가지면서도 교육에는 엄격하였고 소홀함이 없었다. 구인회는 6살이 되면서 할아버지가 지인들과 교류하고 학문을 연구하던 창강정사와 양정재에서 한학을 배웠다. 13살 때는 창강정사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춘추, 예기 등 사서삼경 전 과목을 학습하였다.

구인회가 15살이 되던 1921년 5월 9일 일제강점기 교육령 1면 1학교 설립 방침에 따라 지수면에도 비로소 신식학교인 지수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되었다.

 

구인회 생가에 있는 모춘당과 주련.
구인회 생가에 있는 모춘당과 주련.

 

구인회가 한학공부를 한 창강정사.
구인회가 한학공부를 한 창강정사.

 

구인회가 한학공부를 한 양정재./이래호/
구인회가 한학공부를 한 양정재./이래호/

 

# 지수에 보통학교가 세워지던 무렵

양정재에서 공부하던 구씨 집안 아이들과 연정에서 공부하던 허씨 집안 아이들은 신식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구인회는 유학자이신 조부 만회의 승낙이 있어야 하였다. 하지만 조부는 구인회가 장손으로 집안 가풍을 승계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농삿일이 사람에 의지하기에 하루 종일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장가를 가지 않은 아이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다녔다. 나이 어린 남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누런 빛깔의 가는 대를 엮어서 만든 초립을 쓰고 다녔는데, 신식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머리를 짧게 잘라야만 했다. 부모가 물려준 신체의 일부를 자른다는 것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 시기였다.

하지만 신문화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서당 아이들 몇몇이 모여서 머리를 깎고 집에 돌아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부모로부터 꾸중 듣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인회 아버지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그리고 구인회 조부 앞에서 용서를 빌었다. 구인회 아버지가 아들이 신식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 구인회 집안의 가훈

구인회 아버지 구재서는 전통적인 유교 가풍의 인물이었다. 위로는 아버지 만회를 모시고 아래로는 손자 구자경까지 4대가 함께 승산리 가옥에서 지냈다. 조상에 대한 존중과 친족 간, 형제 간의 화목 등 유교의 전통과 규범을 준수하면서 집안의 중심을 잘 잡아 꾸려 나갔다. 그러나 1900년대 초 밀려오는 신문명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깎고 변화를 받아들인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구인회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당부한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 즉, ‘3불 훈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첫째, 남의 보증을 서지 말아라.

둘째, 주색잡기를 하지 말아라.

셋째, 민사재판으로 소송하지 말아라.

다음은 구인회의 할아버지 만회가 구인회 아버지에게 써 준 것으로, ‘만회유고’편에 전해져 오는 구씨 집안 가훈이다.

〈제가 - 齊家〉

· 선비는 세상살이를 할 때 도와 덕을 좋아하고 분수를 지켜야 한다.

·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여 봉양하고 나라를 위해서는 충성을 다하여라.

· 공경함으로 자신을 다스리며 검소함으로 가정을 다스려라.

·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보면 뜨거운 물 피하듯이 하라고 하였다.

〈수신- 修身〉

· 어두운 세상을 만나면 자취를 거두고 빛을 삼가라.

· 두려워 해서 자신을 조신함이 깊은 못을 만나듯 엷은 얼음을 밟듯 하라.

· 작은 분노를 참지 못하면 서로가 돌아서니 반드시 작은 분은 참고 견뎌내야 한다.

〈숭조돈종 - 崇祖敦宗 〉

·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날에는 조상이 너그럽게 나를 대하도록 정성을 다하고 공경하라.

· 자식들이 착하지 못하면 조상을 잊어버릴 것이니, 조상의 가르침을 잘 이어 받아 변하지 않도록 하라.

· 형제 간과 친족 간에는 공손하고 서로 존경하여야 한다. 서로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도록 하여라.

현대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지도하는 잠언(箴言)이 아닐 수 없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 LG가 추구하는 인화, 근본, 우애와 화목은 이런 가르침의 영향으로 형성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에 소개한 가훈은 승산리 구인회 생가 모춘당 주련에 새겨져 있다.

 

# 인류가 만든 위대한 도서 논어

구인회와 이병철, 조홍제 모두 유년시절 유교경전을 익혔다. 유교 학문의 으뜸인 사서삼경을 비롯 고전은 인생의 도덕적인 항목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배양하도록 한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 만난 북경대학 도서관 연구원과의 대화가 기억난다.

“한 번도 논어를 읽어보지 않은 분과 논쟁을 하지 말라. 사서삼경을 읽어본 분은 작은 스승이 되니 예를 갖추어 대화를 하라.”

인류가 만들어 낸 위대한 도서 논어, 논어는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책이 아니다. 인생의 단계 단계마다 논어를 통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배우면 즐겁지 아니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구인회의 한마디> 가훈은 자녀에게 행동과 실천의 기준이 된다.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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