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조회 수 4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우정수학(尤精數學) - 수학에 더욱 정통하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선생이 열다섯 살쯤 때 이웃 선비에게서 서경(書經)을 배웠다. 진도를 나가다가 요전편(堯典篇)에 나오는 ‘기삼백(朞三百)’의 주석에 이르러서는 해석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화담 선생은, “왜 그렇게 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이 부분은 본래 알 수 없는 부분이야. 나도 배운 적이 없고, 세상 사람들도 다 읽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화담 선생은 집으로 돌아와 보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수천 번을 읽으며 궁리하여 마침내 혼자 그 의미를 깨우쳤다. ‘요전’의 주석은 천문학(天文學)이나 역학(曆學)의 지식 없이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화담 선생은 끝까지 궁구하여 그 원리를 알아내었다. 그래서 “화담 선생은 역학(易學)의 이치에 밝았고 수학에는 더욱 정통했다.[明於易理, 數學尤精.]”라고 권오(權鼇)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기록되어 있다.

 

  한문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수학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수학을 깊이 몰라서 답답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역을 깊이 알려고 해도 수학을 모르면 안 된다. 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나 주자(朱子)의 역학계몽(易學啓蒙) 등은 수학을 모르면 전혀 알 수 없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선현들의 문집 가운데도 수학을 모르면 해석하지 못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지금 번역본에서도 우물우물 넘어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 두 번의 경제기획원장관 등을 역임한 신병현(申秉鉉)이란 분이 계셨는데, 경제정책을 아주 잘한 것으로 평이 나 있다. 월간조선과 인터뷰하면서, “경제학을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었지만, 고등수학(高等數學)이 안 되어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했다. 미시경제학(微視經濟學) 분야의 권위 있는 어떤 교수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경제학의 대가로 여기지만, 수학이 약해서 늘 장애가 많았다. 아들이 수학을 잘하여 본격적인 경제학자로 키우면 되겠다 싶어 공부해 보라고 권유했더니, 안 한다고 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학은 수학 그 자체뿐만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공학, 의학 등은 물론이고, 반도체, 인공지능, 스마트폰, 우주선, 원자 등 모든 분야에 다 쓰인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달한 근본 원인도 수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포기한 학생이 많다. 이는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데까지 가지 못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의 사정을 봐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2028년 수능시험부터 심화수학인 미적분Ⅱ를 시험과목에서 빼는 시험개정안을 지난 연말 발표하였다. 이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수학의 실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길이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몰락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수학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 尤 : 더욱 우. * 精 : 정교할 정.

* 數 : 헤아릴 수. * 學 배울 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 (953) 암장지하(巖牆之下) - 무너지려는 높은 담장 아래, 곧 위험이 닥칠 곳 file 아우라 2022.11.01 433
183 (870) 유사롱단(有私壟斷) - 사사로이 농단함이 있다 아우라 2021.03.15 433
182 (1021) 생소기중(生消其中) - 그 가운데서 생산되어 그 가운데서 사라진다 file 아우라 2024.03.19 432
181 (976) 진석음식(珍惜飮食) - 음식을 보배처럼 여겨 아낀다 아우라 2023.04.18 432
180 (966) 불여불제(不如不祭) -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만 못 하다 file 아우라 2023.02.07 432
179 (879) 무재무덕(無才無德) - 재주도 없고 덕도 없다 아우라 2021.05.11 431
178 (996) 유가자제(儒家子弟) - 선비 집안의 자제들, 유학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 아우라 2023.09.19 430
177 (1004) 수제자론(首弟子論) - 수제자에 대해서 논한다 아우라 2023.11.21 429
176 (998) 식불종미(食不終味) -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 바삐 먹는다 file 아우라 2023.10.11 427
175 (866) 과이불개(過而不改) - 잘못을 하고서 고치지 않는다 아우라 2021.02.11 427
174 (1025) 강안양정(江岸兩亭) - 강가의 두 정자 아우라 2024.04.16 426
173 (1014) 퇴계일기(退溪日記) - 퇴계 선생의 일기 file 아우라 2024.01.31 426
172 (948) 백세문교(百世聞敎) - 백대의 먼 후세에도 가르침을 듣는다 file 아우라 2022.09.27 425
171 (945) 불식지무(不識之無) - 쉬운 ‘지(之)’자나 ‘무(無)’자도 알지 못 한다 file 아우라 2022.09.06 425
170 (930) 화목상처(和睦相處) -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낸다 file 아우라 2022.05.24 425
169 (1023) 교사다단(狡詐多端) -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아우라 2024.04.02 423
168 (882) 석과불식(碩果不食) -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 file 아우라 2021.06.01 422
167 (1015) 모합심리(貌合心離) - 겉모습은 하나가 되어도 마음은 흩어져 있다 file 아우라 2024.02.06 421
166 (994) 숙독완미(熟讀玩味) - 자세히 읽고 그 뜻을 맛본다 file 아우라 2023.09.05 421
165 (992) 음청풍우(陰晴風雨) - 흐리고 개고 바람 불고 비 오고 file 아우라 2023.08.23 4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