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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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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우정수학(尤精數學) - 수학에 더욱 정통하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선생이 열다섯 살쯤 때 이웃 선비에게서 서경(書經)을 배웠다. 진도를 나가다가 요전편(堯典篇)에 나오는 ‘기삼백(朞三百)’의 주석에 이르러서는 해석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화담 선생은, “왜 그렇게 하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이 부분은 본래 알 수 없는 부분이야. 나도 배운 적이 없고, 세상 사람들도 다 읽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화담 선생은 집으로 돌아와 보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수천 번을 읽으며 궁리하여 마침내 혼자 그 의미를 깨우쳤다. ‘요전’의 주석은 천문학(天文學)이나 역학(曆學)의 지식 없이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화담 선생은 끝까지 궁구하여 그 원리를 알아내었다. 그래서 “화담 선생은 역학(易學)의 이치에 밝았고 수학에는 더욱 정통했다.[明於易理, 數學尤精.]”라고 권오(權鼇)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기록되어 있다.

 

  한문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수학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수학을 깊이 몰라서 답답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역을 깊이 알려고 해도 수학을 모르면 안 된다. 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나 주자(朱子)의 역학계몽(易學啓蒙) 등은 수학을 모르면 전혀 알 수 없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선현들의 문집 가운데도 수학을 모르면 해석하지 못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지금 번역본에서도 우물우물 넘어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 두 번의 경제기획원장관 등을 역임한 신병현(申秉鉉)이란 분이 계셨는데, 경제정책을 아주 잘한 것으로 평이 나 있다. 월간조선과 인터뷰하면서, “경제학을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었지만, 고등수학(高等數學)이 안 되어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했다. 미시경제학(微視經濟學) 분야의 권위 있는 어떤 교수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경제학의 대가로 여기지만, 수학이 약해서 늘 장애가 많았다. 아들이 수학을 잘하여 본격적인 경제학자로 키우면 되겠다 싶어 공부해 보라고 권유했더니, 안 한다고 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학은 수학 그 자체뿐만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공학, 의학 등은 물론이고, 반도체, 인공지능, 스마트폰, 우주선, 원자 등 모든 분야에 다 쓰인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달한 근본 원인도 수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포기한 학생이 많다. 이는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데까지 가지 못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의 사정을 봐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2028년 수능시험부터 심화수학인 미적분Ⅱ를 시험과목에서 빼는 시험개정안을 지난 연말 발표하였다. 이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수학의 실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길이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몰락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수학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 尤 : 더욱 우. * 精 : 정교할 정.

* 數 : 헤아릴 수. * 學 배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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