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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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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생소기중(生消其中) - 그 가운데서 생산되어 그 가운데서 사라진다

 

  일본(日本)에서 옛날부터 ‘바람이 많이 불면 뒤주 장수가 성공한다’라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하고 뒤주 장수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모두가 의아해할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불면 모래나 먼지가 많이 날린다. 그러면 눈병이 많이 발생한다. 눈병이 많이 발생하면 장님이 많아진다. 장님들은 해금(奚琴)을 타는 것으로 생업을 삼는다. 해금 줄은 고양이 가죽으로 만드는데, 고양이를 많이 잡아야 한다. 고양이가 귀해지면 쥐가 득실거린다. 쥐가 곡식을 훔쳐 먹기 때문에 튼튼한 뒤주를 장만해야 한다. 그래서 뒤주 장수가 성공한다고 한다.

 

  이 세상은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교훈을 담은 우화(寓話)다. 자기 지역에서 나는 것만 가지고는 살 수 없고, 자기 지역에서 나는 것을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과 교환해서 살면, 더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잘 살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과 그 제자들은 수레나 배의 사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연암은 ‘허생전(許生傳)’에서, “조선이 외국과 배가 통하지 않고, 나라 안에 수레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온갖 산물이 그 가운데서 생산되어서 그 가운데서 사라진다.[朝鮮, 舟不通外國, 車不行域中. 故百物, 生于其中, 消于其中.]”라고 말했다.

 

  모든 물건이 유통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지방의 사람들이 쓰고 남은 것을 다른 지방에서 가져다 유용하게 쓰지 못 했다. 조선이 후기로 오면 경제가 점점 낙후된 가장 큰 원인은 유통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京釜高速道路)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도로다운 도로가 없었다. 서울서 부산까지 10시간 이상 걸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전국적인 물자 유통이나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될 수 없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1967년 4월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하였다. 1969년 대한민국 1년 예산이 3243억원일 때, 당시 예산의 7분의 1에 해당되는 429억원이 소요되는 단군 이래 최대 공사였다.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등 야당지도자와 의원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까지도 극렬하게 반대했다.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낸 유기천(劉基天) 교수는 “차도 없는 나라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해 봤자, 몇몇 귀족들 드라이브나 할 것이다”고 했다. 미국도, 일본도, 세계은행 등도 다 반대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쓸데없는 짓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까지 추진해 나갔다. 우리도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박대통령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200만 대 이상 수용할 수 없다고 자동차공장 건설을 포기한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예측과 달리, 오늘날 2600만 대의 자동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 덕분에 경제의 첫 단계인 물자 유통과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경제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 生 : 날 생. * 消 : 사라질 소.

* 其 : 그 기. * 中 : 가운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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