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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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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덕학구륭(德學俱隆) - 덕행과 학문이 다 높다

 

  시골 출신의 북경대학(北京大學) 신입생이 입학식 하루 전날 아침에 도착하였다. 수속을 위해 다니려고 하니 짐 가방이 걸리적거렸다. 산보하는 허름한 노인이 다가오기에, “가방 좀 맡겨도 됩니까?” “그래.”라고 했다.

 

  도서관 등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벌써 12시가 되었다. “아차!” 하고 가방 맡겨 놓았던 일이 상기되어 그 장소에 가 보니, 노인은 그때까지 화단 턱에 걸터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학생은 미안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괜찮다!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그 노인의 말을 듣고 헤어졌다. 학생은 그 노인을 마음씨 좋은 퇴직 청소부로 생각했다.

 

  다음 날 입학식장에 가보니 뜻밖에 어제 그 노인이 단상에 앉아 있었다. 현직 총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인사말 할 때마다 ‘국보(國寶)’, ‘국학대사(國學大師)’, ‘학계태두(學界泰斗)’ 등등으로 소개했다. 학생은 깜짝 놀랐다. 그 노인은 전 북경대학 부총장 계선림(季羨林 : 지시엔린) 선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국보면 중국 13억 명 모두가 국보지.”, “학계에는 나보다 실력이 나은 사람 많아.”라는 말을 하며 이 세 가지 칭호를 다 사양했다.

 

  그의 전집을 낼 때 대학생 때 일기를 실으려 하니, 그 가운데 “농구 경기 보러 다니는 것은 농구보다는 여자 선수들 허벅지 보기 위해서다.” 등등 낮 뜨거운 내용이 있었다. 출판사에서 “이런 것은 빼야지요?”라고 하자, “그냥 두세요. 나는 70년 전에도 지금도 성인(聖人)이 아닙니다. 후세에도 성인으로 대접받으면 안 됩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문화대혁명 때 제자이면서 같은 학과 후배 교수가 홍위병 편이 되어 지독히 악랄하게 굴었다. 계 선생이 유학 주선해서 교수로 임용해 주었는데도, 그 자는 단지 자기보다 유명한 것이 싫어 그 기회를 이용해서 제거해 버리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 끝난 이후 단 한 번도 원망하거나 보복을 하지 않았다.

 

  온가보(溫家寶) 국무총리가 다섯 번 문안인사를 왔는데, 중국 정치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였다.

  지극히 검소하게 살며 모은 원고료 3억원을 북경대학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영어는 물론이고 범어(梵語), 빠리어, 토카리언어 등 12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저서가 100여 종에 이른다. 현대 중국의 10대 저명 인물이다. 덕행도 높고 학문도 높은 대표적인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교수가 많아야 대학이 발전하고, 학생들도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각 대학에도 덕행과 학문이 다 높은 교수들이 많이 있다. 간혹 별 학문도 없으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같은 분야의 교수들을 폄하하고, 학생들에게 군림하는 자들이 없지 않다.

 

* 德 : 클 덕. * 學 : 배울 학. * 俱 : 다 구. * 隆 : 융성할 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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