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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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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이문획죄(以文獲罪), 글 때문에 죄를 얻는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말이 있기 때문에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은 시간이나 공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오래 보존하거나 먼 곳에 전달할 수가 없다. 말의 한계를 해결해 준 것이 글이다. 글을 통해서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고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생각이나 경험이 축적되고 종합되고 응용되어 계속 문명이 발달하여 오늘날 고도의 지식과 기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말이나 글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말을 하거나 글을 지은 사람을 얽어매거나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을 막론하고 아득한 옛날부터 말이나 문자 때문에 화(禍)를 당하거나 심지어 사형에 처해진 사례도 부지기수다. 주로 통치자가 지식인들을 박해하거나 반대파를 몰락시키는 데 그 사람이 지은 글을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은, 흉노(匈奴)에 항복한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한(漢) 무제(武帝)에게 궁형(宮刑)을 당했다. 궁형은 남자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가장 비참한 형벌이다.
 

  「적벽부(赤壁賦)」의 작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시 몇 수 때문에 대역죄로 몰려 사형 당할 번했다. 이 사건을 오대시안(烏臺詩案)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문자옥(文字獄)이다. 문자옥이란, 어떤 사람이 지은 시나 문장에서 구실을 잡아 처벌하거나 몰락시키는 형사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때도 지식인들은 대부분 쓴 시나 글 때문에 화를 당했다.

 

  조선 연산군(燕山君) 때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 선생의 「조의제문(弔義帝文)」 때문에 일어났던 무오사화(戊午士禍)가 대표적인 문자옥이다.

 

  사람은 누구나 말 때문에 화를 당할 수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은 증거가 남기 때문에 더욱더 당하기 쉽다. 국사나 한문학 유학 등을 공부하는 학자는 남의 조상을 연구하여 글을 쓰기 때문에 후손들이 문제로 삼는 수가 있어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은 한국학을 연구하는 기관이 생겨 국가 예산을 들여 어떤 선현들의 문집을 번역해서 간행하거나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후손들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일부 후손이나 유림들은 사소한 자구 해석상의 오류 등을 지적하여 크게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적하는 문제가 옳은 경우도 있지만, 종종 옳게 번역도 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옳게 번역한 구절을 문제 삼아 달려드는 경우에는 어이가 없다. 심한 경우에는 “소송을 하겠다.”, “망신을 주겠다.” 등등의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좋은 면을 크게 보고, 사소한 문제점은 당사자와 점잖게 이야기해서 다음에 기회 되면 시정하도록 하면 좋겠다.

[*. 以 : …로써, 이. *. 文 : 글월, 문. *. *. 獲 : 얻을, 획. *. 罪 : 죄,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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