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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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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가공제사(假公濟私) - 공적인 일인 것처럼 가장하여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다

 

  1945년 미군정 때부터 입법의원(立法議院)에 들어가서 대한민국 국회가 개원한 이후 의사국장(議事局長) 사무차장 등 사무처의 웬만한 직책은 다 거쳐, 1976년 사무처의 최고직인 국회사무총장에 오른 이호진(李鎬賑)란 분이 있었다. 국회에 30년 이상 재직하여 ‘한국 국회의 산 증인’이란 별명이 붙어 다녔다.


  사무총장을 마칠 즈음에,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불러, “이총장은 국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총장 임기 마치면,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한 번 하셔야죠.”라고 권했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그는“저는 못 합니다. 제발 좀 봐 주십시오.”라고 사양했다.


  박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은 국회의원 시켜 달라고 야단인데, 당신은 하라 하는데도 못 한다니, 참 이상한 사람 다 보겠군. 그래 왜 못 하는지 이유나 한번 들어봅시다.”


  “저가 국회에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국회의원들을 지켜보니, 국회의원을 하려면, 머리가 소 밥통처럼 완전히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여기서 한 짓을 저기 가서는 전혀 생각나지 않아야 하고, 오늘 한 거짓말이 내일 생각나지 않아야만 할 수 있겠습디다. 그렇지 않은 저는 국회의원은 도저히 못 할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분은 결국 소원대로 국회의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 분에게 “30여 년 동안 많은 국회의원을 지켜보았는데, 가장 존경하는 국회의원은 누구입니까?”라고 기자가 물은 적이 있다. 이 분의 대답은, “제헌국회의원을 지낸 조헌영(趙憲永) 의원과 대구에서 3선을 한 조재천(曺在千) 의원입니다.”였다.


  “많은 국회의원 가운데 어째서 두 분을 뽑으셨는지요?”라고 묻자, “조헌영 의원은 평소에 언행을 너무나 바르게 하기 때문에 조의원이 발언하면, 감화를 받아 여러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바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습니다. 조재천 의원은 사법 행정 고시 양과에 다 합격하여 검사, 경찰 행정 등을 두루 거쳐 국회의원이 되어 법률에 가장 밝았습니다. 국회법 가운데서 해석이 모호한 것을 들고 가서 자문을 구하면, 자기가 소속된 민주당에 불리할지라도 공정하게 해석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을 가장 존경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늘날 3백 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있는데, 다른 국회의원에게 감화를 줄 정도의 바른 언행을 하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있는가? 법리 해석하면서 자기 당에 불리한 데도 공정하게 바로 해석하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있는가?
국가민족보다는 자신의 자리 유지를 위해서,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공정함과 정의는 뒷전이고, 오늘도 내일도 여야는 계속 거짓 논리로 싸우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나 국회가 개원했지만, 국가민족을 위해서 과연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


  공정함이 보장되어야 예측 가능한 세상이 될 수 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에 공정함이 형성되어야 신뢰가 구축되고, 신뢰가 구축되어야 갈등이 해소된다. 자신의 자리와 권리를 이용하여 겉으로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듯 가장하여 자기 사리사욕을 채워서는 안 되겠다.

 

[*. 假 : 거짓, 가. 빌릴, 가. *. 公 : 귀인, 공. 공정할, 공. *. 濟 : 건널, 제. 이룰, 제. *. 私 : 사사로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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