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향금칭신(向金稱臣) - 금나라를 향해서 신하라고 일컫다

 

  960년 조광윤(趙匡胤)이 건국했던 송(宋)나라는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 역사상 경제적으로는 가장 번영하였고, 전 세계 경제규모의 8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했다.

 

  본래 조광윤은 소림사(少林寺)에서 무술을 익힌 후주(後周)의 대장군이었다. 송나라도 초기에는 국방력이 아주 강했다. 그러나 나라가 건국되고 나면, 무인들은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에 황제가 그 세력을 제거해 점점 문약해진다.

게다가 제8대 황제 휘종(徽宗)은 사치와 향락을 일삼고, 극도로 도교만 믿다가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1125년 여진족(女眞族)들이 세운 금(金)나라가 송나라 서울 개봉(開封)을 포위하자, 얼른 아들 흠종(欽宗)에게 황제 자리를 넘겼다.

 

  황제 자리를 준다는데, 흠종은 밤낮으로 울면서 안 받으려고 발버둥치다가 마지못해 받았다. 그 2년 뒤에 서울은 함락되고 휘종, 흠종 두 황제와 황후, 비빈, 황자, 공주 등 250여명이 묶여 금나라로 끌려가 노비보다 못한 포로생활을 하였다.

 

  유일하게 생포되지 않은 휘종의 아들 조구(趙構)가 남쪽으로 가서 황제로 즉위하니, 곧 남송(南宋)의 시조다. 그래도 남송은 물산이 풍부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악비(岳飛) 등 명장이 많아 충분히 북쪽의 실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의지가 없었다.

 

  고종은 금나라의 침공이 진저리가 났고, 또 부친, 모친, 형님, 자신의 왕비, 후궁, 딸 다섯이 모두 금나라 포로로 있으니, 평화회담을 해서 가족을 돌아오게 하고 싶었다. 특히 생모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1142년에 ‘소흥화의(紹興和議)’라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협정의 전제조건으로 금나라는 송나라에 계속 금나라 군대를 격파하는 명장 악비(岳飛)를 죽일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고종은 악비를 죽이고, 여러 명장들의 병권을 빼앗아 버렸다. 그렇게 맺은 화의에는, ‘송나라 황제는 금나라의 책봉을 받아야 하고, 신하라고 일컫는다’, ‘매년 은 25만 냥, 비단 25만 필, 미녀 몇 백 명을 바친다’ ‘금나라 황제의 조서(詔書)를 송나라 황제는 무릎을 꿇고 받는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으니,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그러나 고종은 얼른 성사시키려고 안달이 났다. 굴욕적인 합의를 하면, 곧 평화가 유지될 줄 알았다. 그러나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었고, 금나라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조금만 요구대로 안 되면 곧 바로 협박, 침공이었다.

 

  지금 코로나가 날마다 1000명 이상 발생하는 판국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대화 한다고 북한의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김여정의 한 마디에 여당 국회의원들은 한미군사훈련을 연기 축소하자고 야단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정의용 외교부장관 등은 북한의 요청을 따르려 애쓰고 있다. 정말 어느 나라 장관인지 모르겠다.

 

  좀 굴욕적이라도 북한의 요청을 따르면, 평화가 오면 좋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계속 그 다음 요구를 할 것이다. 후대 학자들이 남송의 고종을 역사상 가장 비굴한 황제로 비웃는다. 문대통령은 제발 그런 평가 안 받았으면 좋겠다.

 

* 向 : 향할 향.

* 金 : 쇠·황금·금나라 금.

* 稱 : 일컬을 칭. * 臣 : 신하 신.

 

동방한학연구소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 (880) 수기치인(修己治人) - 자신을 수양하여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 1 file 아우라 2021.05.18 286
168 (878) 조선산학(朝鮮算學) - 조선의 산학, 우리나라의 수학 file 아우라 2021.05.04 141
167 (934) 제심협력(齊心協力) - 마음을 하나로 하여 힘을 합친다 file 아우라 2022.06.21 123
166 (928) 성문과정(聲聞過情) - 명성이 실제보다 더 지나치다 file 아우라 2022.05.10 123
165 (944) 은악양선(隱惡揚善) - 남의 나쁜 점은 덮어주고, 남의 좋은 점은 널리 알리자 file 아우라 2022.08.30 118
164 (929) 사은난망(師恩難忘) - 스승의 은혜를 잊기 어렵다 file 아우라 2022.05.17 113
163 (947) 종라백대(綜羅百代) - 주자(朱子)의 학문은 모든 시대의 것을 종합하여 망라하였다 file 아우라 2022.09.20 105
162 (930) 화목상처(和睦相處) -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낸다 file 아우라 2022.05.24 95
161 (946) 상재지향(桑梓之鄕) - 뽕나무와 가래나무가 심어져 있는 고향 file 아우라 2022.09.13 88
160 (949) 덕고훼래(德高毁來) - 덕이 높으면 헐뜯는 일이 따라온다 file 아우라 2022.10.04 84
159 (945) 불식지무(不識之無) - 쉬운 ‘지(之)’자나 ‘무(無)’자도 알지 못 한다 file 아우라 2022.09.06 83
158 (950) 정제의관(整齊衣冠) - 옷과 갓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한다 file 아우라 2022.10.11 80
157 (948) 백세문교(百世聞敎) - 백대의 먼 후세에도 가르침을 듣는다 file 아우라 2022.09.27 79
156 (952) 절롱위권(竊弄威權) - 위세와 권력을 훔쳐 마음대로 한다 file 아우라 2022.10.25 69
155 (951) 만고장야(萬古長夜) - 만년의 오랜 세월 동안 긴 밤이 된다 file 아우라 2022.10.18 68
154 (943) 궐의신언(闕疑愼言) - 의심스러운 것은 빼고, 그 나머지만 신중하게 말하다 file 아우라 2022.08.23 68
153 (942) 유진등고(油盡燈枯) - 기름이 다하면 등불이 꺼진다 file 아우라 2022.08.16 68
152 (871) 고희지년(古稀之年) - 옛날부터 드문 나이 1 아우라 2021.03.16 66
151 (965) 군자삼락(君子三樂) - 군자다운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아우라 2023.01.31 62
150 (859) 이지교법(以智矯法) - 꾀로써 법을 바꾸다 file 아우라 2021.02.02 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