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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파부침주(破釜沈舟) - 밥 지어 먹는 가마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히다.

 

  진시황(秦始皇)이 기원전 221년 천하를 통일한 뒤 각 나라마다 다르던 한자를 통일하고, 도량형을 정비하고, 길을 닦고, 수리시설을 갖추는 등 치적을 적지 않게 남겼다.

 

  그러나 분서갱유(焚書坑儒) 등 사상을 통제하고 지나친 세금수탈, 강제노역 등으로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기원전 209년 농민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맨 먼저 반기를 들자, 이미 망한 나라의 후예들이 다 들고 일어났다.

그래도 그 때까지는 진나라의 군사력이 강했으므로, 진나라 장수 장한(章邯)은 진승과 오광의 반란을 쉽게 진압했다. 그리고는 그 군사력으로 조(趙)나라를 공격하였다.

 

  조나라 왕은 거록(鉅鹿)이란 곳으로 피난가서 초(楚)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초나라에서는 송의(宋義)를 대장, 항우(項羽)를 부대장으로 삼아 5만명의 지원군을 보냈다. 조나라가 위급한데도 송의는 도중에서 46일 동안 어정거리면서 진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우는 그를 죽여 버리고, 자신이 대장이 되어 진격했다.

 

  군사들이 장하를 건너자 항우는 타고 왔던 배를 다 가라앉히게 하고, 다시는 밥을 지을 수 없게 휴대한 솥을 깨어 부수고, 막사를 다 불 지르고, 3일분 양식만 휴대한 채 진격하도록 했다. 전투에서 승리해서 사는 길 말고는 퇴로가 없었다. 후퇴해서 돌아와도 먹을 것도 잘 곳도 없고, 강을 건너 도망갈 수도 없게 만들었다.

 

  진나라 군대는 50만, 항우는 5만이었는데, 9번의 전투에서 항우의 군대는 연전연승을 했다. 이 때문에 진나라의 주력부대가 괴멸되어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 이 전투의 대승으로 항우의 명성이 크게 높아졌다. 승리한 직후에 인근 나라 제후들이 다 항우에게 붙었다. 항우가 그들을 불러 모았는데, 그 위세에 눌려 모두 그 앞에서 뿔뿔 기어들어왔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죽을 결심을 하고 싸우면, 한 사람이 열 사람, 백 사람을 당해낼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정신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지난 8월 7일에 끝난 제32회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로 16위라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돌아왔다. 1984년 이후 일본에 뒤쳐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일본은 우리보다 4.5배나 많은 27개의 금메달을 따서 3위를 했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미가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약한 팀을 위로하는 말이다. 우리 선수들은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저하되었다는 것이 이번에 확실히 증명되었다. 국력이 강한 나라는 올림픽 성적도 좋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번 올림픽 중계하는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성적이 나빠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계속 확산되어 간 것이다. 최선을 다해야지 어떻게 적당히 하는 것이 괜찮단 말인가?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더욱 정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꼭 운동경기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일이나 공부도 마찬가지다.

 

* 破 : 부술 파. * 釜 : 가마 부.

* 沈 : 빠질 침. 성 심. * 舟 : 배 주.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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