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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화천대유(火天大有) - 위는 불이고 아래는 하늘인 것이 크게 가진다.

 

  요즈음 ‘화천대유’란 말이 연일 방송이나 신문에 등장한다. 신문 기사에서는 한글로만 써 놓았고, 방송에서는 소리만 나니, 보거나 들을 때마다 “저 말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인데, 저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쓰나?”하며 의아해 하고 있었다. 주역의 64괘는 천지만물의 생성변화의 원리를 다 설명해 주는데, 64괘(掛) 가운데서 14번째 괘가 ‘화천대유(火天大有)’괘다.

 

  화천대유의 자회사 이름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은 13번째 괘다. 이 동인(同人) 괘의 바로 앞의 괘가 주역에서 가장 안 좋은 괘라고 하는 ‘천지비(天地否)’의 비괘(否卦)이다. 하늘은 하늘대로 위에 있고, 땅은 땅대로 아래 있어 서로 관계를 맺지 않아 꽉 막힌 현상이다.

 

  이런 막힌 현상을 틔워주는 괘가 동인괘(同人卦)인데, 아래의 불이 위의 하늘로 올라가는 괘이다. 곧 해가 떠서 변화가 일어나 막힌 것을 뚫어주는 현상이다. 사람들이 뜻을 모아 희망을 가지고 잘 하면 발전해 나간다는 괘다.

그 다음 괘가 화천대유(火天大有)의 대유괘(大有卦)다. 불이 하늘 위에 있으니, 해가 하늘 가운데 있는 형상이다. 곧 전성기다.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하여 최고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그 다음 15번째 괘는 ‘지산겸(地山謙)’의 겸괘(謙卦)다. 산이 땅보다 더 아래에 있는 모양이다.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크게 가진다’는 대유괘 다음에 겸괘가 온다. 크게 가졌으면, 뜻을 이룬 것이니 명성 지위 재물을 다 얻은 것이다.

 

  계속 명성 지위 재산 등 얻은 것을 오래 유지해 나가려면, 더 늘리려하면 안 된다. 정당한 방법으로 그것을 얻었다 해도 얻지 못 한 사람들이 질투할 것인데, 더 늘리려고 하면 당연히 더욱 강한 저항과 방해를 받게 된다.

 

  크게 가졌으면, 그때부터는 더욱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계속 남을 배려하고 함께하고 베풀어야 한다. 미천하거나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내가 출세하면 절대 저러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출세를 하여 권력을 잡거나 재물을 가지게 되면, 더 심하게 권력을 부리고 교만을 떠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러면 곧 망한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 “겸손함은 덕을 이루는 핵심이다.(謙, 德之柄也)”라고 했다. 겸손함이 덕을 쌓는 비결이고, 성공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회사를 만든 사람 가운데 주역을 섣불리 아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주역에서 제일 좋은 ‘화천대유(火天大有)’를 가지고 회사 이름을 붙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64괘 가운데서 제일 좋다. 그러나 정말 좋은 것을 유지하려면 그 다음에 나오는 겸괘와 어우러져야 한다.

 

  요즈음 세상에 드물게 주역의 원리를 끌어다 회사 이름을 붙였으나, 정정당당하게 땀 흘려 일해 이룬 재물로 국가사회와 가난한 사람을 위해 베풀 생각은 안 하고, 부정한 권력과 결탁해 재물을 독점하려는 대규모 사기행각을 벌였다. 오래 갈 수 있겠는가? 주역의 이름만 더럽히고, 나라 전체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 火 : 불 화. * 天 : 하늘 천.

* 大 : 큰 대. * 有 : 있을 유.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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