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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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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덕적(鄕原德賊) - 시골 식견 없는 사람들한테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대접 받는 사람은 덕을 해치는 사람

 

  논어(論語)에 ‘시골 사람들에게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대접받는 사람은 덕(德)을 해치는 사람이다.(鄕原, 德之賊也)’라는 공자(孔子)의 말씀이 있다.

 

  ‘향원(鄕原)’에서는, 언덕 ‘원(原)’자가, 착할 ‘원(愿)’자의 뜻으로 쓰였다. 문화 수준이 낮은 먼 시골 사람들한테서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람 중에는 덕을 해치는 사람이 많다. 덕이란 요즈음 말로 하면 훌륭한 인격이다. 그러나 덕은 반드시 정의(正義)에 바탕해야 한다.

 

  정말 나쁜 사람은 누구나 나쁜 줄 알기 때문에 속거나 유혹 당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적당하게 처신 잘하고 사람 잘 사귀면서 남에게 선심을 잘 쓰면서, 궁극적으로 자기 이익이나 이름을 챙기면서, 사회의 도덕을 해치고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은 쉽게 알아보기 어렵고 흠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속거나 이용당한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이 크고, 그 해악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그래서 공자가 크게 경계한 것이다.

 

  일제 때 진주(晋州) 인근에 큰 부자가 있었는데, 한문 실력도 상당하여 학자 행세를 하였다. 왜인들에게 아부하여 중추원(中樞院) 참의(參議) 등의 벼슬을 계속하였다. 자주 유림들을 모아 술과 밥을 대접하였다. 자기 고을의 훌륭한 선현의 서원을 복원하는 일을 주도하였는데 경비를 거의 혼자 다 대었다.

 

  그러나 복원하고 나서는 자기 조상을 배향(配享)했다. 본래 목적이 자기 조상을 배향하는 것이었다. 서원에 향사(享祀) 되는 인물의 첫째 조건은 학문과 덕행이다. 그러려면 문집도 있고 제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조상은 문집이나 제자는커녕 인근에서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서울의 유명한 친일 유학자한테서 비문을 받고, 국내 제일의 명필의 글씨를 얻어 서원 안에 조상의 비석을 세웠다.

 

  자기 조상을 배향하기 위한 도내 유림들의 회의인 도회(道會)를 서원에서 열었다. 서원을 망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바른 정신을 가진 유생들이 찬동할 리가 없었다. 그 선현의 후손들도 극력 반대했다. 술과 밥을 얻어먹은 유생들은 묵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하는 유림들은 미리 배치해둔 폭력배들이 구타하여 쫓아버렸다.

그 이후로는 유림다운 유림은 그 서원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서원에서 예법에 맞게 무슨 향사가 치러지겠는가?

 

  오늘날도 이런 부류의 사람이 없지 않다. 재산을 좀 모아서는 전통문화를 부르짖고, 옛날 책을 사 모으고, 유생들을 잘 대접하면서, 서원 등의 원장이나 원임을 차지하거나 유림단체나 문화단체를 좌지우지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앞잡이들이 줄줄 따른다. 결국 유교 등 전통문화에 해만 끼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화를 애호하고, 유림을 대접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자기 이익과 이름에 있으니, 공자가 말하는 ‘향원’이 되고 만다. 오늘날 대다수 유림들이 유학에 대한 식견이 옛날보다 더 못하니 향원이 설치기가 더 쉽다. 그러면 참된 덕은 더 많이 더 크게 손상될 것이다.

 

* 鄕 : 고을·더러울, 향.

* 原 : 언덕·착할 원(≒愿).

* 德 : 큰 덕. * 賊 : 도적·해칠 적.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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