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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예현하사(禮賢下士)

어진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우하고 선비에게 몸을 낮춘다. 

임금 등 지도자가 인재 등용을 위해 예를 갖춰 직접 정성을 다하여 모신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나라를 일으키려면, 훌륭한 인재가 필수적이다. 나라뿐만 아니라 어떤 단체나 가문도 마찬가지다.

 

  인재가 필요하니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데, 발굴하려면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나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인재 한 사람이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고, 인재 한 사람이 나라를 망치기도 한다. 인재라고 발굴해서 등용했는데, 나라에 해만 끼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인재 영입이나 등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해야 한다. 지금 여야에서 하는 마구잡이식 인재영입은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47세 때까지 근거지 없이 남의 밑에 붙어 지내던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이라는 인재를 얻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촉한(蜀漢)을 세울 수 있었다.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서 유비가 직접 그가 사는 오두막으로 세 번 찾아간 일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지금도 임금이나 지도자가 어떤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 정성을 다하는 것을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한다. 진시황(秦始皇)은 10년 간의 힘든 전쟁을 거쳐 마침내 중국천하를 통일하여 진(秦)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조고(趙高)라는 간악한 내시의 농간에 의해서 겨우 13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선거철이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인재를 영입한다고 야단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래된 관습이다. 영입되는 인재 가운데는 정치가도 있지만, 전직 고위 공무원, 법조인, 교수, 기업인, 언론인, 사회활동가, 심지어는 영화배우, 가수, 코미디언, 운동선수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옳은 인재라고 하기는 어렵고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사람들을 인재라 하여 모은다. 이렇게 모은 인재들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장·차관, 국회의원, 아니면 국가에서 관여하는 공기업 등에 다 자리를 하나씩 마련해 나누어 준다. 그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선거의 기여도에 다른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식으로 영입된 인재들은 사실은 대부분 인재가 아니다. 선거 끝난 뒤에 받은 자리도 그 사람의 전문성으로 볼 때 맡으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인재 영입이라 해서 마구잡이로 단시일에 사람을 끌어들여 선거에 써먹는 일은 국가나 백성들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인재를 영입하려면, 선거와 관계없이 평소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장관들이 가장 적절한 인재가 있는지를 찾아서 그 사람의 능력이나 전문성에 맞게 발탁하면 되는 것이다. 꼭 선거철에 맞춰 인재영입을 할 필요는 없다.

 

  참된 인재는 자기가 나갈 곳인지 아닌지를 잘 알기 때문에 부른다고 바로 달려가지 않는다.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참된 인재는 명예나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최대의 예의를 갖추고 몸을 낮춰서 영입해야 된다.

 

  조선시대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 같은 분을 모시기 위해 그 당시 임금인 명종(明宗)이나 선조(宣祖)가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가를 보면, 참된 인재의 자기 처신하는 것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禮 :예법 례, 예를 갖출 례.

*賢: 어질 현. *下: 아래 하, 낮출 하.

*士: 선비 사.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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