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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경업봉공(敬業奉公) - 자기 업무를 경건하게 여기면서 공무를 받들어 행하다

 

  공무원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및 특수기관에서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당 등 특정한 단체나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 일하거나 그들에게 이용당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만 공정하게 일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 책에 쓰인 개념은 그렇지만, 실제로 공무원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에 의해서 압력을 받거나 이용당하기 일쑤다.

 

  요즈음처럼 선거가 자주 있는 시대에 공무원은 입장이 곤란할 때가 정말 많을 것이다.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 4년마다 바뀌는 지방 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의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바뀐다. 공무원도 자기 직위를 유지해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하니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직위가 낮은 사람은 자기 뜻과 맞지 않아도 상급자 따라 하면 되지만, 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말 한 마디 처신 한 번 잘못했다가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 십상이고, 심하면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끝없는 권력자들의 각종 청탁도 막아내야 한다. 수십년 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이지만,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이 임명한 그 분야의 문외한인 장관과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폐기정책에 대해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밀어붙이는 장관 앞에서 대부분의 원전 전문가 공무원들은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사리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처리된 일이 수없이 많았다. 전제군주시대에는 프랑스 루이14세 같은 이는 “짐(朕)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하며 국가의 일을 결정할 때 마음대로 했다.

 

  오늘날은 민주주의가 극도로 발전한 시대 같지만 대통령은 다수 여당의 힘을 믿고 전제군주와 꼭 같이 독재를 하고 있다. 원전 전문가 거의 전부가 반대하는데도 원전 폐쇄를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데도, 혼자서 잠꼬대처럼 종전 선언을 했다. 지금도 마음대로 독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삼부(三府) 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대다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원장부터가 대통령과 선이 닿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지금 선관위원 8명 중 7명이 여당 편이다. 그런 판에 이번에 상임위원 3년 임기를 끝내고 당연히 물러나야 할 조해주 위원을 대통령이 비상임위원으로 3년 동안 더 근무하게 하려고 재임명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이라 선거관리위원으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의 훼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급부터 9급까지의 공무원 전원과 전국 17개 시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부 전원이 대통령의 재임용을 반대했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抗命)이 아니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로잡아준 충간(忠諫)이다.

 

  앞으로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선관위 공무원처럼 자신의 업무를 경건하게 처리하면서 특정한 권력자 특정한 집단에 충성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공정한 업무를 받들어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敬: 공경할 경. *業: 일 업.

*奉: 받들 봉. *公: 공정할 공.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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