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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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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상처(和睦相處) -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낸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 사이가 나쁜 것이, 가장 괴롭고 쓸데없는 힘과 신경을 쓰게 되는 일이다. 가까이로 부부 관계, 형제관계, 직장동료관계, 이웃관계 등이 특별히 좋아야 한다.

 

  자기의 권리만 주장하고 이익을 앞세우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권만 앞세워 자기의 권리와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진다.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건수는 연간 40만 건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고, 우리가 별로 존경하지 않는 일본의 40배 정도인데, 인구비율로 보면 120여 배라고 한다. 관계를 맺은 사람 사이에서 고소고발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본인에게 괴로운 일이다. 자기 뜻대로 상대방이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본인이 더 즐거워지고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사람의 관계는,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미리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고 화합하여야 한다. 한번 관계가 나빠지고 나면, 다시 사과하고 화해한다고 해서 서로의 관계가 다시 원래처럼 회복되는 것이 아니니,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야 한다.

 

  후천적으로 맺어진 관계는 사이가 나빠지면 관계를 끊으면 된다. 아쉽고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끊을 수 있다. 그러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사이가 있다. 바로 부모 형제 관계, 조상과 후손 관계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관계를 하늘이 정해 준 관계라 하여 천륜(天倫)’이라고 하였다.

 

  천륜을 소중히 여겨 온 것이 우리 민족의 좋은 전통으로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명예와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천륜관계가 많이 훼손되어 가고 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의절(義絶)한 일, 형제간에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필자의 주변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이 재산 분배문제로 다툰다.

 

  그러나 늙은 부모 모시는 일, 부모 제사 지내는 일, 조상 산소 관리나 묘사 등은 서로 안 맡으려고 미룬다. 이익은 서로 챙기려고 다투면서 힘든 일은 안 하려고 미룬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모 돌아간 뒤의 형제자매 관계는, 밑둥 잘린 배추 잎 같다.’라는 말이 있다. 밑둥 잘린 배추 잎이 흩어지면 다시 주워모으기 어렵듯이, 형제자매 간에도 한번 사이가 나빠져 흩어지면 다시 화목하게 모이기 어렵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하계(下溪) 마을에는 퇴계(退溪) 선생 후손들이 모여 사는 동족부락이었다. 안동댐 축조로 수몰이 되어 지금은 거의 다 떠났다. 이 마을 출신의 초등학교 교장 한 분은, 어려서 부친을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 교육대학을 나와 교사가 되었다.

 

  초임 교사 월급을 받아 모아서 계속 숙부의 논밭을 사 주었다. 그 숙부가 내가 너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데, 왜 이러 샀노?”라고 해도, “숙부님 덕분에 저가 잘 자라서 대학을 나와 교사를 하니, 다 숙부님 덕이지요.”라고 했다. 숙부님이 무슨 경제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고, 자기를 사람 되도록 바른 길로 인도해 준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숙부님이 어지간하게 살 만하자, 그 뒤 사촌동생들의 학비도 지원해 주었다. 그 교장 선생도 대단하지만, 불평 한 마디 안 해 온 그 부인이 더 대단하다. 지금까지 사촌형제들끼리 친형제 못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인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다 몰려 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각자 자신의 가정에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특별히 만든 달이다.

 

  많은 재산, 넓은 집, 좋은 차 등이 좋은 가정이 아니다. 부모형제끼리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내는 집이 가장 좋은 가정이다.

 

[*. : 화할, . *. : 화목할, . *. : 서로, . *. : , . , .]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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