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거관사잠(居官四箴) - 관직에 있을 때 새겨야 할 네 가지 경계해야 할 교훈

 

  지난 5월 10일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한덕수(韓悳銖)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차관, 대통령 비서 등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리를 맡았다. 관직뿐만 아니라, 관직에 준하는 공기업 임원, 정부 출연 기관 등에도 새로운 사람이 자리를 맡았다.

 

  각각의 자리마다 크고 작은 책임과 역할이 있고 거기 따라 권한도 따르고 많은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자리를 맡은 사람은 앞으로 그 언행은 한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고 국가 민족의 현재와 장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니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공직에 취임하는 사람 모두가 잘하겠다고 다짐하고 업무에 착수하겠지만, 임기 마칠 때 보면 그 사람의 능력과 처신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모두가 처음에 잘하겠다고 다짐하고 업무에 착수했는데 임기를 마치는 날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처음에만 잘하겠다고 해서는 안 되고 매일매일 마치는 순간까지도 잘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철저하게 실천을 해야 한다.

 

  “설마 괜찮겠지”, “나야 괜찮겠지”,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 하다가 문제가 생기고 사고가 터진다. 살얼음을 밟듯 조심조심해야 한다.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어디 가서 처신할 때 저립대 밟듯 해야 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립대는 삼을 벗긴 뒤의 마른 속대를 말한다. 너무나 연약하여 밟으면 소리가 나면서 가루가 되듯 바스러진다.

 

  우리 선현들은 관직에 나가면 매우 정성을 다하고 조심조심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훌륭한 제자인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 선생이 지은 〈거관사잠(居官四箴)〉이란 글이 있다. 관직에 있으면서 지켜야 할 네 가지 경계해야 할 교훈이다.

 

  4자로 된 8구가 한 수인데, 모두 4수이다. 첫째 수는 ‘청렴함으로써 자신을 유지하라.〈持己以廉〉’, 둘째 수는 ‘어짐으로써 백성들에게 다가가라.〈臨民以仁〉’, 셋째 수는 ‘공정함으로써 마음을 간직하라.〈存心以公〉’, 넷째 수는 ‘부지런함으로써 일을 맡아라〈事以勤〉’이다.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어떤 자리를 끝낼 때 성공적으로 물러날 수 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다 소개할 수 없지만 한국고전번역원(韓國古典飜譯院) 사이트에 번역 전문이 올라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기 바란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거관사설(居官四說)〉이라는 글도 있다. 조선 말기 대학자 성재(性齋) 허전(許傳) 선생이 지은 〈거관십잠(居官十箴)〉이라는 글도 있다.

 

  이 모두 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경계로 삼을 만한 훌륭한 교훈이다.

 

*居: 살 거. *官: 벼슬 관. *四: 넉사. *箴: 바늘 잠. 경계하는 글 잠.

 

동방한학연구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 (999) 가야고분(伽倻古墳) - 가야시대의 옛 무덤 아우라 2023.10.17 17
168 (998) 식불종미(食不終味) -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 바삐 먹는다 file 아우라 2023.10.11 16
167 (997) 절식순국(絶食殉國) - 먹을 것을 끊어서 나라를 위해서 죽다 file 아우라 2023.09.26 28
166 (996) 유가자제(儒家子弟) - 선비 집안의 자제들, 유학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 아우라 2023.09.19 22
165 (995)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라 file 아우라 2023.09.12 30
164 (994) 숙독완미(熟讀玩味) - 자세히 읽고 그 뜻을 맛본다 file 아우라 2023.09.05 28
163 (993) 선생천해(先生天海) - 선생은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 file 아우라 2023.08.29 19
162 (992) 음청풍우(陰晴風雨) - 흐리고 개고 바람 불고 비 오고 file 아우라 2023.08.23 16
161 (991) 심명안량(心明眼亮) - 마음이 밝으면 눈도 환하다 file 아우라 2023.08.08 16
160 (990) 사엄도존(師嚴道尊) - 스승이 엄해야 도리가 존중된다 file 아우라 2023.08.01 23
159 (989) 치수방재(治水防災) - 물을 다스려서 재난을 예방하다 file 아우라 2023.07.26 14
158 (988) 지둔지공(至鈍之功) - 지극히 노둔한 공부 file 아우라 2023.07.18 23
157 (987) 수어지친(水魚之親) - 물과 물고기처럼 친밀한 관계 file 아우라 2023.07.11 11
156 (986) 미우주무(未雨綢繆) - 비가 내리기 전에 집을 수리하라 file 아우라 2023.07.04 22
155 (985) 강직불사(剛直不私) - 굳세고 곧아서 사사로움이 없다 1 아우라 2023.06.27 12
154 (984) 황당무계(荒唐無稽) - 허황하여 아무런 근거가 없다 file 아우라 2023.06.20 12
153 (983) 교오자대(驕傲自大) - 교만하면서 스스로 큰 체한다 file 아우라 2023.06.13 18
152 (982) 권형경중(權衡輕重) -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저울로 달아서 안다 file 아우라 2023.05.30 20
151 (981) 형평천하(衡平天下) - 온 세상을 저울대처럼 공평하게 만든다 file 아우라 2023.05.24 21
150 (980) 의세화수(倚勢禍隨) -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 file 아우라 2023.05.16 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