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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식비수과(飾非遂過) - 옳지 못한 일을 꾸며 변명하고 잘못한 것을 밀고 끝까지 한다

 

  지난 10일로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됐다. 그런데 지지율이 38%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취임 초 54%였던 것이 급격히 추락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두 달 됐을 때 지지율이 78%였다.

 

  지난 4일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을 때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율에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당선되는 것도, 탄핵당하는 것도 여론에 의해서 결정된다. 국민의 눈치만 보면서 할 일을 안 하면 문제지만 정치인은 여론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지지율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인사 문제와 말실수 때문이다. 취임 후 지역 안배니 남녀 안배니 하는 것에 신경을 안 쓰고, 훌륭한 인재만 발탁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장관 19명 가운데 10명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 출신이다. 국가 요직에 검찰 출신이 15명가량 임명됐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을 임명한 경우가 벌써 4명이 됐다.

 

  비정상적인 인사를 한 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이에 대한 대통령의 말이다.

  “국가 요직에 검찰을 너무 많이 임명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기자들이 묻자 “문재인 대통령 때는 민변(民辯) 출신으로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법조인이 폭넓게 진출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문제가 많은 박순애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받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지요?”라고 위로의 말을 했다. 이 말에서 대통령이 언론과 야당은 잘못됐고,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전 정권에서 이런 훌륭한 사람 있었습니까?”라고 했다. 인사 표준에 맞춰야지, 가장 못 한 문재인 정권에 비교하는 발상이 옳은가?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고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광범위하게 활동한 데 대해 기자들이 “제2부속실 회복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하자 “대통령 처음 해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대통령 자리가 실험 삼아 여러 번 하는 자리가 아니고, 대통령이 잘못하면 자신은 물론이지만 국가의 파멸을 가져온다.

 

  공자(孔子)께서 “잘못을 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을 진짜 허물이라 말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하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소통하고 경제를 일으키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나 국정 운영에 잘못이 발견되면 솔직하고 용감하게 인정하고 바른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옳지 못한 일을 하고서 꾸며서 변명하고 더구나 잘못한 일을 끝까지 완성하려면 안 된다. 그러면 비판받는 이전 대통령들보다 나을 수가 없다.

 

*飾 : 꾸밀 식. *非 : 아닐 비. * 遂 : 이룰 수. *過 : 지날 과, 허물 과.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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