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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재지향(桑梓之鄕) - 뽕나무와 가래나무가 심어져 있는 고향

 

  고향을 잃은 사람을 실향민(失鄕民)이라고 부른다. 주로 1945년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북한에 있는 고향을 버리고, 대한민국에 와서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1960년대 이후로 대소 규모의 댐, 공단 등이 건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도시 등 다른 곳으로 나와 살게 되었는데, 이런 사람들도 실향민이라 일컬었다. 그 이후 신도시 건설,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타의에 의해서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도 실향민이 됐다.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실향민이란 말을 거의 쓸 필요가 없어졌다.

  누가 우스개로 “고향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하기에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었더니 “떠나 있으면 그립고 가고 싶은데, 막상 가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럴까?” 하고 선뜻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면이 많은 것 같았다. 고향의 강과 산은 그대로인데 옛날과 같지 않다. 자신이 나이가 좀 들고 보면 고향에 가도 우선 부모님이 살아 계시지 않는다. 그리고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 대부분 다 떠나고 없다.

 

  더 나이가 들어서 가보면 아주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저가 누구 집 아들입니다”라고 하면 알아보고 반가워하지만, 대부분의 동네 사는 젊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다가 동네 주변 여기저기에 공장이나 창고 등이 들어서 있어 어릴 때 살던 옛날 모습은 전혀 아니다. 고향이 있는 사람들도 실향민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시경(詩經) ‘소반(小弁)’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뽕나무와 가래나무에 대해서도(維桑與梓), 반드시 공경해야 하리니(必恭敬止). 바라보면 아버지 아닌 것이 없고(靡瞻匪父),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 아닌 것이 없도다(靡依匪母).”

고향에 있는 땅, 집, 논밭, 산, 강, 나무, 곡식, 식물, 동물 등이 모두 자신과 추억이 엉킨 그리움의 대상이다. 부모형제는 고향에 없어도 이런 것들을 통해서 고향에 애정을 붙이고, 부모형제를 그리워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여러 가지 선행이 있지만, 효행(孝行)이 온갖 행실의 근본이다. 효행을 하는 사람은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고,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잘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효행은 낡은 봉건적 잔재가 아니고, 인류가 개발한 가장 좋은 보험제도다. 자신이 젊을 때 건장한 힘으로 노쇠한 부모나 어른들을 봉양했다가 나중에 자신이 노쇠하게 되면 젊은 사람들에게 봉양을 받을 수 있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전통이다. 그래서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토인비가 한국의 효(孝) 문화에 대해서 극찬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고향에 가면, 부모님이 안 계신 것은 어쩔 수 없다. 부모님이나 조상들이 심어 키운 뽕나무 가래나무 등을 통해서 부모님을 연상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아 부모님, 조상님을 그리며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 桑 : 뽕나무 상 * 梓 : 가래나무 재

* 之 : 갈 지 * 鄕 : 고을 향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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