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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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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의관(整齊衣冠) - 옷과 갓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세 가지 필수요소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의식주(衣食住)를 든다. 의식주란, 입는 것, 먹는 것, 머물러 사는 것 세 가지를 말한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데도 왜 먹는 것을 맨 앞에 내세우지 않고, 입는 것의 다음에 두었을까? 먹는 것은, 사람도 먹지만 동물도 다 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은 사람만 입지, 동물은 입지 않는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입는 것이다. 그래서 먹는 것보다 더 우선시했던 것이다.

 

  옷은 단순히 추위나 더위를 막아주고 몸을 보호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옷을 통해서 예의(禮義)를 표시할 수 있고, 옷을 통해서 신분, 위엄, 권위, 직업, 능력 등을 다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옷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의 정신을 표상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선비를 그냥 의관(衣冠)이라고 일컬었다. 옷과 갓을 갖추어 입으면, 그 속에 저절로 선비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갖추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몸을 통해서 나타난다. 마음과 몸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그래서 많은 것은 말을 통하지 않고서도 옷차림이나 행동하는 것만 보고도 알 수 있다. 흔히 “정신만 똑 바르면 그만이지, 옷차림이야 아무렇게나 해도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는 옷차림을 아무렇게나 하는 사람은 정신을 똑 바르게 가질 수가 없다.

 

  흔히 내용만 중요하고 형식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그래서 공자는 “본질이 문채(文彩)를 이기면 촌스럽게 되고, 문채가 바탕을 이기면 번지러하게 된다. 문채와 바탕이 잘 조화를 이룬 그런 뒤에라야 군자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라고 했다.

 

  1895년 단발령(斷髮令) 이전에는, 모든 사람들의 옷과 갓이 꼭 같았다. 신분과 용도에 따른 차이는 많이 있었지만, 개인이 마음대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착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단별령 이후 의관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여, 점점 사람마다 옷과 갓의 모양이 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은 전문적으로 새로운 모양의 옷이나 모자를 계속 발상해 내는 디자이너가 있고, 이를 시범적으로 착용하여 홍보하는 모델이 있다. 지금은 같은 옷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마다 옷과 모자의 모양과 색상이 다양하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어떤 옷이나 모자가 낫다 못 하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사람답게 사는 데는 의복과 모자를 가지런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는 차리는 옷차림이 최소한 필요하다. 지금 반바지 슬리퍼 차림을 허용하는 관청이 있는데, 그런다고 업무에 능률이 더 오를까? 대학 교정에서도 반바지에 맨발로 다니는 교수가 있다. 코로나 이후 화상회의 등을 많이 하는데, 화상회의라 하여 내의 차림 등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근본적으로 예의가 아니다.

 

  송나라 학자 이천(伊川) 정이(程頤)는, 경(敬)을 ‘정제엄숙(整齊嚴肅)’이라고 정의하였다. 곧 경건한 것이란, 정돈되고 가지런하고 엄격하고 숙연한 것이다. 옷과 갓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해야 경건한 마음도 생겨날 것이다.

 

[*. 整 : 정돈할, 정. *. 齊 : 가지런할, 제. *. 衣 : 옷, 의. *. 冠 : 갓, 관.]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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