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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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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찬목취화(鑽木取火) - 나무를 비벼서 불을 얻다

 

  오늘날은 모두 전기를 쓰니 성냥이 필요없다. 성냥만 해도 문명의 산물로서 1827년 영국에서 처음 발명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880년 일본에서 처음 수입됐다. 그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부싯돌이라는 돌을 마찰시켜 불을 일으켰다. 불을 일으키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일으킨 불씨를 아궁이 속에 묻어두고 필요할 때 옮겨 붙여 사용했다.

 

  부싯돌은 청동기시대부터 사용됐고 그 이전 원시시대에는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일으켰다. 두 개의 나무를 계속해서 마찰시키면 열이 점점 올라가 나중에 불이 일어났다. 한참 마찰시키다가 중간에 쉬면 앞에 만든 열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식어버려 아무 효과가 없게 된다.

 

  불이 일어날 때까지 두 개의 막대를 계속 마찰시켜야 앞에 들인 노력이 효과가 있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계속해야만 들인 노력이 효과를 나타낸다. 하다가 말다가 하면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해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꾸준히 계속하면 관성(慣性)이 붙어 계속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지 않다. 유독 물리학에만 관성의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12월 21일 서양 고전번역가 천병희(千炳熙) 교수가 별세하였다. 필자의 먼 친척과 중·고등학교 동기라 그에 대해서 조금 들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서양 고전을 가장 많이 번역한 학자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 유학하였다. 돌아와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유학시절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번역 자격시험에 합격하였다.

 

  1967년 서울대학교 교수에 임용되었으나 한 학기 만에 동백림간첩사건에 연루되어 교수직에서 쫓겨나 감옥살이를 했다. 1971년 감옥에서 나온 뒤 실직자가 되었는데 절망하지 않고 그때부터 서양고전 번역에 착수하여 51년 동안 계속해 왔다.

 

  1981년 단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2004년에 퇴직했다. ‘플라톤전집’ 7책 등 모두 60종의 서양고전을 번역했다. 정년퇴임 후에도 매일 6시간씩 번역했다.

 

  웬만한 중요한 서양고전은 대부분 그가 번역했다.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서양고전 번역 가운데 초창기 것은 대부분 일본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것이고 최근에 나온 것도 대부분 영어 독어 번역본 등을 다시 번역한 것이고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보고 바로 번역한 것은 아주 드물었다.

 

  천 교수는 거의 모든 시간을 번역에 집중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가 ‘플라톤전집’을 번역했기 때문에 플라톤아카데미라는 학술기관에서 상당한 연봉을 약속하며 연구교수로 초빙했을 때 그는 “다른 젊은 학자 초청하시오”라고 양보하고 번역에만 집중했다. “그럼 행사 있을 때마다 와서 자리를 좀 빛내 주시지요”라고 하자 “번역에 시간이 워낙 쫓겨서”라며 사양했다.

 

  사람이 어떤 의미 있는 일에 뜻을 세우고 평생을 일관되게 정진(精進)하면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꼭 학문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일이 다 그렇다.

 

* 鑽 : 뚫을 찬. * 木 : 나무 목.

* 取 가질 취. * 火 : 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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