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조회 수 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원두활수(源頭活水) 근원지의 살아 있는 물

 

  새해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계묘년은 토끼 띠의 해이다.

 

  토끼는 연약한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에게 잡혀 먹지 않도록 달릴 수 있는 능력과 꾀를 주었다. 또 토끼는 한꺼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다.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인 우리나라에 많은 신생아가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달 속에서 약을 찧는 신령스러운 존재로 되어 있고, 또 토끼털은 붓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귀토설화(龜兎說話)’가 있는데, 줄거리는 이러하다.

동해 용왕의 따님이 심장병을 앓았는데,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했다. 바다 속에 토끼가 없었다. 거북이가 토끼를 구하러 육지로 나와 살기 좋은 곳으로 가자고 설득하여 따라나섰다. 용궁에 가 보니, 자기를 죽여 간을 약으로 쓰게 되었다.

 

  기지를 발휘하기를 “저는 신령의 후손이라 오장을 마음대로 빼어냈다 넣었다 할 수 있습니다. 요사이 속이 답답해서 간을 빼내어 씻어 말려 놓았습니다. 저 거북놈이 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 간을 넣지 않고 그냥 왔습니다. 다시 가서 간을 가져오지요. 저는 간이 없어도 사니, 약으로 써도 괜찮습니다”라고 했다.

거북이가 태워 육지로 나왔다. 해안에 오르자, 거북을 돌아보고, “간 없이 사는 것이 어디 있더냐? 이 멍청아”하고 달아나 버렸다.

 

  얼마 전까지 연말연시(年末年始)의 인사로 연하장(年賀狀)이라는 것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으로 인사장을 보낸다. 그 내용은 옛날 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아하자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옛날 것이라고 다 보내면 안 되고, 옛날 것의 좋은 점을 잘 간직하여 새것과 조화를 이루어 다른 그 무엇을 창조해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날 것을 잘 활용해서 기본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학문은 물론이고, 경제나 국방, 기술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주자(朱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라는 시는 이러하다.

  반 마지기 되는 모난 연못 거울처럼 펼쳐졌는데,

  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 함께 왔다갔다하누나.

  묻노니 어디서 이런 맑은 물 얻어왔는가? 근원지에 콸콸 솟는 물이 있기 때문이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근원지에 콸콸 솟는 물이 없으면, 연못물도 냇물도 강물도 있을 수 없다. 옛날 것을 보내거나 버릴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잘 계승 활용해서 큰 물줄기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잘된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서, 이전에 쌓은 역량을 오늘날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앞의 것을 무조건 부정하면 안 되고, 좋은 전통을 만들어 이어나가야 한다.

 

* 源 : 근원 원. * 頭 : 머리 두.

* 活 : 살 활. * 水 : 물 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 (999) 가야고분(伽倻古墳) - 가야시대의 옛 무덤 아우라 2023.10.17 17
168 (998) 식불종미(食不終味) -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 바삐 먹는다 file 아우라 2023.10.11 16
167 (997) 절식순국(絶食殉國) - 먹을 것을 끊어서 나라를 위해서 죽다 file 아우라 2023.09.26 28
166 (996) 유가자제(儒家子弟) - 선비 집안의 자제들, 유학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 아우라 2023.09.19 22
165 (995) 견리사의(見利思義) -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라 file 아우라 2023.09.12 30
164 (994) 숙독완미(熟讀玩味) - 자세히 읽고 그 뜻을 맛본다 file 아우라 2023.09.05 28
163 (993) 선생천해(先生天海) - 선생은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 file 아우라 2023.08.29 19
162 (992) 음청풍우(陰晴風雨) - 흐리고 개고 바람 불고 비 오고 file 아우라 2023.08.23 16
161 (991) 심명안량(心明眼亮) - 마음이 밝으면 눈도 환하다 file 아우라 2023.08.08 16
160 (990) 사엄도존(師嚴道尊) - 스승이 엄해야 도리가 존중된다 file 아우라 2023.08.01 23
159 (989) 치수방재(治水防災) - 물을 다스려서 재난을 예방하다 file 아우라 2023.07.26 14
158 (988) 지둔지공(至鈍之功) - 지극히 노둔한 공부 file 아우라 2023.07.18 23
157 (987) 수어지친(水魚之親) - 물과 물고기처럼 친밀한 관계 file 아우라 2023.07.11 11
156 (986) 미우주무(未雨綢繆) - 비가 내리기 전에 집을 수리하라 file 아우라 2023.07.04 22
155 (985) 강직불사(剛直不私) - 굳세고 곧아서 사사로움이 없다 1 아우라 2023.06.27 12
154 (984) 황당무계(荒唐無稽) - 허황하여 아무런 근거가 없다 file 아우라 2023.06.20 12
153 (983) 교오자대(驕傲自大) - 교만하면서 스스로 큰 체한다 file 아우라 2023.06.13 18
152 (982) 권형경중(權衡輕重) - 가벼운지 무거운지를 저울로 달아서 안다 file 아우라 2023.05.30 20
151 (981) 형평천하(衡平天下) - 온 세상을 저울대처럼 공평하게 만든다 file 아우라 2023.05.24 21
150 (980) 의세화수(倚勢禍隨) -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 file 아우라 2023.05.16 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