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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동방한학연구원장

 

군자삼락(君子三樂) - 군자다운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요즈음 진주에서 한약방을 해 온 김장하(金章河) 선생이 60년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하여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에 근무하던 김주완 기자가 오랫 동안 취재하여, 202311일자로 '줬으면 그만이지' 라는 책으로 내었다.

 

  MBC경남에서 2시간 짜리 기록물로 만들어 '어른 김장하'란 이름으로 2부로 나누어 11, 2일 방영했다. 반응이 좋으니까, MBC본사에서 23, 24일 설날 연휴를 기하여 방영했다.

 

  이후 유튜브방송, 인터넷 등에 다 확산되어 지금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선생의 생애나 선행에 대해서는 이미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필자는 늘 이 분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런 일을 하는 정신적인 뿌리가 무얼까 궁금했는데, 근래에 와서 풀렸다.

 

  필자가 김선생을 안 것은 40년이 넘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방학 때 진주로 오면, 의례히 한학자이면서 집안의 먼 친척인 진암(振菴) 허형(許泂) 선생에게 인사하러 갔다. 1981년 어느 날 가니까 어떤 젊은 사람이 한문을 배우러 와 있었는데, 진암이 이 사람은 한의사인데,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서로 알고 잘 지내라.”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냥 한의학 책 보려면, 한문이 필요해서 배우겠지.”라고 생각했다.

 

  1983년부터 진주에 정착해서 생활하면서도 별로 친해지지는 않았다. 김선생은 환자 본다고 밖에 안 나오고, 그때만 해도 경상대학이 상당히 변두리라 나도 시내 쪽으로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1983년 진암선생 댁에 갔더니, “김장하군이 고등학교를 설립하는데, 학교 이름을 내가 지어 주었고, 글을 지어달라고 해서 명신고등학교창건기(明新高等學校創建記)를 지었는데, 한번 읽어 보라.”고 했다. 유교경전인 대학(大學, ‘명명덕(明明德, 신민(新民)’을 줄여서 명신(明新)’이라고 학교 이름을 추천했고, 김선생이 받아들였다. ‘명덕신민을 건학이념으로 삼아 학교 입구에 비석으로 세우고, 기문(記文)은 나무에 새겨서 학교에 걸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분이 한의사라서 한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학에 관심이 많고, 상당한 조예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한학의 뿌리가 깊었다. 그 일가들이 1919년 자기들의 세거지(世居地)인 진주시 금곡면(金谷面)에 남악서원(南岳書院)을 세워, 김유신(金庾信) 장군, 설총(薛聰), 최치원(崔致遠) 등 세 분을 모셨다. 일제 초기에 서원을 세우는 일은, 집안을 현창하는 데는 거의 아무런 이점이 없다. 오로지 유학에 대한 관심과 선현에 대한 숭모의 정신이 투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 이 집안의 유학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알 수 있다.

 

  김선생의 조부는 유학자로 고성(固城) 향교 장의를 지냈고, 그 부친은 독선생(獨先生)을 모셔 놓고 한문을 배울 정도로 한문실력이 상당하였다.

 

  그러나 김선생은 주로 할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어릴 때 '소학(小學)' 등을 다 배울 정도로 한문공부를 상당히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주로 와서도 진암에게 상당 기간 한문공부를 했던 것이다.

 

  그는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나 있다. 2022년 한약방을 폐업하고 이사했을 때, 많은 책을 정리하고 일부만 남겼는데, 이사간 집의 책장 첫머리에 꽂혀 있는 책이 사서삼경(四書三經)이다.

 

  남에게 베풀면서 절대 생색내지 않고, 불의에 굽히지 않는 것 등 바른 생각이, 유교경전이나 남명(南冥) 퇴계(退溪) 등 우리 선현의 가르침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좌우명은,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부불작어인(俯不怍於人.)’이라고 했다.

 

  맹자(孟子)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말이 나온다. “군자다운 사람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거기에 들지 않는다. 부모가 다 생존해 계시고, 형제에게 탈이 없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우러러보아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 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김선생은 효성과 우애가 지극하다. 할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셨을 때, 대단한 한학자 육천(育泉) 안붕언(安朋彦) 선생의 비문을 얻어 비석을 세웠다. 또 할아버지의 호를 따 영은재(潁隱齋)라는 서재를 짓고, 진암에게 기문을 받아 걸었다. 부친은 상처를 세 번 했는데, 계모에게도 잘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주선해서 다시 장가를 들게 하여 노년을 편하게 지내게 했다. 형제자매가 12명인데, 모두 보살펴 살 길을 터 주었다.

 

  기부를 많이 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정신자세가 완전히 선비다. 명신고등학교를 운영할 때, 현직 진주 국회의원이 보자 해서 만났더니, “우리 조카가 이번에 명신학교의 교사 채용에 응모했는데, 잘 봐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다음날 확인해 보니, 그런 사람이 있었다. 자기 실력으로 교사에 채용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은 뒤 김장하 선생은 그 사람을 탈락시켜 버렸다.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이 교사가 되면, 학교를 흐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경남에서 김장하 선생을 맨 먼저 초청했다. 그러자 김선생은, “나 같은 사람 만나 별 소용 없으니, 대통령 역할 잘 하십시오.”라고 하고는 가지 않았다.

 

  교육에 뜻을 두고 명신고등학교를 세워 운영하다가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국가에 헌납하였다. 당시 시가로 110원 정도의 재산이라고 한다. 경상국립대학교 남명학연구소에 13억 등 약 50억 정도를 기부하였다. 누구에게나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주로 교육, 문화, 환경, 정의구현 등의 일이면 묻지 않고 도와주지만, 정치, 선거 등에는 한 푼의 돈도 낸 적이 없다.

 

  그러니 김선생을 충분히 군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그의 필요한 사람을 도우고 배려하는 정신은 바로 군자의 정신이다. 군자정신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선비라고 꼭 한문을 잘하고 유교경전에 능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학식도 있고, 실천도 따르면 좋지만, 바른 처신을 하는 것이, 학식을 많이 갖춘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욱 중요하다.

 

[*. : 임금, . *. : 아들, . 스승, . *. : 석 삼. *. : 즐거울, , 좋아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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