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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유언혹중(流言惑衆) - 근거 없이 떠도는 말들이 대중을 미혹하게 만든다

 

  근거 없이 떠도는 말을 유언비어(流言蜚語)라고 한다. 단순히 떠도는 말도 있지만 교묘한 음모를 가진 말이 많아 유언비어 때문에 신세를 망친 사람이 있고 심지어는 나라의 운명도 유언비어 한 마디로 갈리는 경우가 있다.

 

  명나라 말기 후금(後金)이 명나라를 침공해 올 때 모든 명나라 장수들은 다 패배했다. 승리를 거둔 유일한 장수가 원숭환(袁崇煥)이었고 한 가닥 희망이었다. 후금의 개국시조 누르하찌가 원숭환의 포격에 전사했다. 그러자 그 아들 황태극(皇太極)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원숭환은 걱정할 것 없다. 그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척하지만 사실은 우리하고 한 통속이다” 이 말이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崇禎帝)의 귀에 들어갔다. 결국 원숭환을 능지처참했고 명나라는 스스로 멸망의 길을 선택했다. 이 때 원숭환의 처형을 두고 조정 신하들은 당파에 의해서 찬반이 완전히 엇갈렸다. 나라가 망해 가고 있는데도 자기 당파의 이익만을 앞세웠던 것이다.

 

  요즈음 유튜브라는 새로운 전달매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방송국을 하나 설치하여 제작 녹화 방송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재이다. 학문, 사상, 취미, 운동, 여행 등 유익한 내용을 널리 알리는 좋은 유튜브가 많이 있다. 그러나 흑색선전, 파벌 짓기, 음해모략, 음란외설 등 좋지 않은 유튜브가 몇 배 더 많다.

 

  좋지 않은 유튜브를 제작 방송하는 사람들은 수준이 낮거나 질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전직 국회의원, 장관, 공무원, 대학교수, 변호사, 방송국이나 신문사 간부 등의 사람들이 더 많다. 또 종교인, 기업인, 군인, 체육인, 무속인 등 경력도 다양하다.

 

  공영방송의 간부로서 정확한 발음과 신속한 대응으로 토론사회를 잘 보아 또렷이 기억에 남는 어떤 방송인이 있었는데 퇴직한 뒤 개설한 유튜브를 우연히 발견했다. 내용에서 편파적 사고와 노골적 발언을 보고 “이 사람이 그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언행이 바뀌어 기겁을 할 지경이었다. 이런 사람이 그럴듯하게 공영방송의 허울을 쓰고 그 동안 얼마나 많이 국민을 오도하고 국가에 피해를 끼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공영방송도 문제가 심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유언비어가 더 많이 등장한다. 전쟁, 재난, 질병 등이 발생하면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유언비어의 강도는 상황이 모호할수록 몇 배로 더 심해진다고 한다.

 

  ‘소창유기(小窓幽記)’라는 책에서 말하기를, “사람들의 속성은 남의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에게서 막아버린다. 남의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믿고 퍼뜨린다. 이것은 남을 죽이려는 속셈으로 가득 찬 마음이다”라고 했다.

 

  가장 발달한 정보기기를 이용하여 남을 해치고 국가사회를 망치는 데 쓰기보다 남을 위하고 세상을 위하고 국가민족을 위하고 인류사회를 위하는 데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 流 : 흐를 류. * 言 : 말씀 언.

* 惑 : 혹할 혹. * 衆 : 무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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