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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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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진석음식(珍惜飮食) - 음식을 보배처럼 여겨 아낀다

 

  어느 날 해인사(海印寺) 백련암(白蓮菴)에서 성철(性徹) 스님이 갑자기 노발대발했다. “이놈들이 배가 너무 불렀어. 음식을 이렇게 천대해!”라고. 더운 여름에 수행하는 스님들을 위해서 대구의 어떤 신도가 수박을 사 와서 잘 먹었다. 얼마 뒤 밖에 나간 성철 스님이 대충 먹고 버린 수박껍질을 보고 화가 난 것이었다.

시중드는 스님이 달려가자, 성철 스님은 “쓰레기통에 버린 수박껍질에 붙은 살 다시 먹을래? 아니면 수박 사가지고 대구까지 가서 돌려주고 올래? 대답해!”라고 고함을 질렀다.

제자들은 쓰레기통에 버렸던 수박을 다시 주워 빨간 살이 없어질 때까지 싹싹 갉아 먹었다.

 

  중국 국가주석 모택동(毛澤東)은 밥을 먹다가 흘리면 반드시 주워 먹었다. 옆의 아이들이 흘린 것도 다 주워 먹었다. 어른이 흘리면 “네 아버지가 만석꾼이야?”하고는 주워 먹게 했다. 옆에 있던 부인 강청(江靑)이 “저런 비위생!” 하며 비웃었지만, 모택동은 변함이 없었다.

 

  부산의 기업가 김옥구(金玉九) 사장은 회사 간부를 뽑을 때 식당에서 음식을 버리는 사원은 제외했다고 한다. “자기 먹을 음식도 요량 못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일을 맡기겠느냐?”고.

전 세계가 식량 부족에 시달려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말의 통계에 의하면 식량자급률 44%, 곡물 자급률은 18%에 불과하다. 그런데 1년에 버려지는 음식물이 쓰레기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처리하는 데만 20조원의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환경오염과 탄산가스 배출의 주범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그런데 모든 것이 풍족하다 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음식을 먹다가 함부로 버린다. 같은 음식을 두 번 먹지 않고, 남은 것은 다 버린다. 심지어는 밥그릇의 밥을 한 낱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청승 떤다’는 말로 비웃는 분위기이다.

 

  음식이 많으면 먹을 만큼만 미리 덜어 먹어야 한다. 생선 같은 것은 다 먹지 못하겠거든 손을 대지 말든지, 아니면 잘라 먹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식사를 마치면 자기 개인 밥그릇, 국그릇은 깨끗하게 하고 수저도 가지런히 내려놓아야 한다.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음식 먹는 버릇을 보면 엉망이다. 밥이나 국을 퍼 흩어놓고 수저를 여기저기 팽개쳐 놓는다. 식당 종업원들이 얼마나 짜증 나겠는가?

 

  중국에서 음식을 골라 먹고 막 퍼 흩는 애가 있어 부모가 아무리 나무라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어느 여름날 농민들이 땀 흘리며 일하는 농촌으로 데려가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게 했더니, 그 뒤로는 그런 버릇을 고쳤다 한다.

 

  당나라 이신(李紳)이라는 시인이 쓴 시에, “누가 알겠는가? 소반 위의 음식, 한 낱 한 낱이 모두 고생의 산물이라는 것을.(誰知盤中餐, 粒粒皆辛苦)”라는 구절이 있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서 생산한 사람들의 고생하는 사정을 생각해야 하고, 굶주려 못 먹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珍 : 보배 진. *惜 : 아낄 석.

*飮 : 마실 음. *食 : 먹을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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