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 전축 노랫소리 듣고 전자사업 관심
1959년 부산서 ‘주식회사 금성사’ 공식 발족
허준구, 인재 선발해 ‘국산 라디오 1호’ 생산
판매 부진하다 1961년 5·16 홍보 통해 인기

 

1957년 구인회가 락희화학 서울사무소 겸 무역법인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네모난 상자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누가 어디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혼란도 겪었다.

윤욱현 기획실장으로 부터 ‘전축’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구인회는 허신구, 구태회, 윤욱현에게 “락희화학이 라디오를 만드는 전자 관련 사업에 진출할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를 하였다. 구인회 자신도 실행에 옮겨 먼저 유럽의 전자공업 시장을 3개월 정도 답사를 하였다.

 

#금성사(Gold Star)의 탄생과 주요 경영자

1959년 2월, 해외 답사를 통해 전자공업에 대해 이해가 높아진 구인회는 ‘주식회사 금성사(현 LG전자)’를 공식 발족하였다. 경영진은 사장 구인회, 부사장 구정회, 상무 허준구, 이사 허학구, 구자경, 감사 김주홍, 금성사 서울사무소 상무 박승찬, 공장 담당 상무 윤욱현이었다.

금성사 메인 생산공장은 부산 연지동에 있는 플라스틱과 치약공장 맞은편으로 집객화하였다.

금성사 이름의 탄생은 당시 윤욱현의 작품이다. 금성이라는 별은 신비하고 무한하며 끝없는 가능성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 한자로 金星이다. 금(金)은 황금을 뜻하고 영어로 Gold이다. 성(星)은 별을 뜻하니 영어로 Star이다. 둘을 합쳐 황금별, Gold Star가 되었다.

 

1959년 금성사에서 만든 국내 최초의 A-501 라디오,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559-2호로 지정되었다./구인회회고록/

 

#허준구 금성사 상무 때 국내 최초 라디오 생산

금성사가 만든 라디오 중 전자부품을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 부품은 락희화학이 가진 플라스틱 가공 경험과 사출성형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다. 실제 제작을 해보니 회사 자체 기술력이나 국내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라디오 부품 생산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다.

1959년 허준구는 금성사 상무로 현장에서 라디오 제작 사업을 지휘하였다. 김해수 등 라디오 관련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여 개발에 참여시켰다. 반복되는 실패가 줄어들수록 금성사의 기술은 향상되었다. 이런 고난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1959년 11월, 국산 라디오 1호가 탄생하였다. 금성사 제1호 생산품 라디오 명칭은 A-501이다.

 

구인회와 허준구는 금성사를 설립하고 라디오를 만들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사원모집 광고를 하였다./1958년 12월 2일 국제신보(현 국제신문)/

 

#판매되지 않는 라디오

어느 제품이든 최초 생산은 그 과정이 힘들고 당연히 어려움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금성사도 수많은 시련을 겪고 라디오 생산을 하였지만 라디오를 구입할 만큼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가 있지 않아 판매가 되지 않았다. 생산체계가 없어 생산단가를 낮추기도 어려웠다.

라디오 판매가 되지 않아 락희화학은 창업 이래 가장 큰 재정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하였지만 라디오 판매는 쉽게 문이 열리지 않고, 소득 없는 2년이 흘러갔다.

 

1959년 금성사에서 만든 국내 최초의 라디오에 대한 보도 기사이다./1959년 11월 4일 국제신보(현 국제신문)/

 

#5·16과 박정희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이 주도한 5·16군사정변이 일어났다. 군사혁명위원회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구성하였다. 박정희가 최고회의 의장에 취임하면서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사회가 급변해갔다.

이러한 정국 아래 어느 날 구인회는 동생 구평회의 서울대 동창인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장관을 우연히 만났다. 공보장관은 구인회에게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하는 각종 일들을 국민에게 홍보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구인회가 기다린 듯이 금성사에서 라디오를 만들고 있다. 이 라디오를 정부에서 구입하여 전국의 농어촌에 보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였다.

공보장관과 헤어진 지 며칠 후, 박정희 의장이 예고 없이 부산 연지동 금성사 공장을 방문하였다. 그 후 공보부는 농어촌에 ‘라디오 및 앰프 보내기 범국민운동’과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 직원의 라디오 및 앰프 보내기 범국민운동 참여 계획’을 발표하였다.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 범국민운동단체가 라디오를 구입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은 금성사 제품밖에 없었다.

#락희그룹의 탄생

1962년부터 구인회는 회장 직함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락희화학공업사 회장 직함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해오던 락희화학공업사는 초기에는 법인체가 아니었다. 락희화학공업사는 1966년 락희비니루공업과 합병을 한 후 비로소 주식회사 락희화학공업 법인으로 출발하였다. 금성사, 반도상사, 락희유지공업 등 몇개의 계열회사가 형성되면서 1968년부터 구인회는 ‘락희(樂喜)그룹 회장’ 직함을 사용하였다.

 

금성사 최초의 한글, 영어, 한자체 로고.

 

#락희그룹, 럭키그룹, 럭키금성그룹, LG그룹

1974년, 구자경 회장은 ‘락희’라는 한자어 발음보다 락희의 각종 생산제품에 붙여진 브랜드명 ‘럭키’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그룹 이름을 ‘락희그룹’에서 ‘럭키그룹’으로 변경하였다.

구자경 회장은 1983년 그룹 이름을 ‘럭키금성그룹’으로 다시 변경하였다.

금성사는 구인회 선대 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기업 중 하나이자 오늘날 대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중심 역할이 된 회사였기에 럭키그룹 이름에 금성사를 추가한 것이다.

1995년은 럭키금성그룹 제3대 구본무 회장이 출발한 해이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여 당시 광고계에 수많은 화제를 낳은 것이 럭키금성그룹의 새로운 그룹 이름과 로고의 등장이었다.

구본무 회장은 그룹 이름을 럭키와 금성의 영문 표현 골드스타를 합하여 ‘LG’로 하였다. 이 뜻은 Lucky Gold Star에서 머리글 LG를 조합한 것이다. 수막새의 모습을 가져온 미래의 얼굴, 미소짓는 얼굴 등 신선한 디자인으로 광고계 화제를 가져왔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2004년 계열분리를 하면서 설립한 그룹 이름이다.

허준구의 장남 허창수가 초대 GS그룹 회장을 역임하였다.

GS그룹의 의미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는 것 같다. 2023년 GS그룹 홈페이지에는 Grow Sustainably로 표기되어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의미이다.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