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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GS그룹과 허씨 형제들
이념 초월한 존경과 높은 덕망으로 마을 위기 조정

 

지수보통학교 졸업 후 현재 경기고 전신
경성제일고보 재학 중 日형사 폭행해 퇴학
1942년까지 동생 허준구와 일본서 유학

고향 돌아와 마을이장하며 장손 역할
친일·사상논쟁으로 흉흉하던 시기
현명한 중재로 승산리엔 인명피해 없어

 

1947년 1월, 진주 지수면 승산리 고택에서 아버지 허만정이 동네 이장을 하고 있는 차남 허학구(1918~1999)를 불렀다.

“학구야, 너는 이 집의 차남이다. 네 큰형 정구가 마산에서 사업을 한다고 객지에 나가 있다. 너라도 형을 대신하여 장손역으로 가세를 돌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리고 사돈인 구인회가 부산에서 새롭게 사업을 한다는구나. 네 동생 준구를 데리고 내 부산에 다녀오마. 동생 준구를 사돈 회사에 보내 동업을 하려고 한다.”

 

# 허학구와 학교

1931년 2월 지수보통학교를 7회 졸업한 허학구는 전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서울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지금의 경기고등학교 전신이다.

허학구는 8형제 중 가장 키가 컸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여 체격도 단단하였다. 가끔 고향에 내려온 허학구를 직접 본 동네 원로도 허학구가 길을 걸어가면 담장 너머로 기린이 지나가는 듯 머리가 보였다고 한다. 짐작하건대 190㎝ 정도 된다는 분도 있다. 허학구를 기억하고 있는 고향 원로들을 만나 수집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경성제일고보 재학 중 어느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마주친 상대가 학교에서 조선 학생들을 많이 괴롭힌 일본 형사 요시다였다. 허학구가 갑자기 분을 참지 못하고 형사를 두들겨 패 버렸다. 이 일로 허학구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였다.

 

아버지 허만정은 허학구를 꾸중하지 않고 더 많이 배우도록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허학구는 1941년 일본 메이지(명치)대학 경제학과에 입학, 1942년까지 재학하였다.

동생 허준구가 1939년부터 일본 관동중학교를 다니고 1941년부터 일본 주오(중앙)대학에 다녔기에 일본 유학생 시절은 동생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허학구와 허준구는 학업을 온전하게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고향 지수면으로 돌아왔다.

 

귀국 사유는 허준구 편에서 밝힌 내용과 동일한 2차 대전에 참전한 일본의 패망이 예견되고 미군의 일본 본토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귀국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허학구는 동네 이장으로 소일을 하고 보냈다. 해방이 된 후에도 아버지 허만정과 나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고향에 있었던 반면 형 허정구는 마산에 나가 방직사업을 하였고, 동생 허준구는 부산에서 구인회가 설립한 조선흥업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이라 허만정은 허학구에게 “너는 고향에 남아서 장손일을 대신하며 가세에 힘써라” 한 것이다.

# 승산리 이장 허학구

유학까지 갔다 온 엘리트인 허학구가 고향에서 이장을 한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해방 후에서 6·25 전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 시기는 좌익과 우익의 정치적 사상을 한동네 사는 사람들까지도 구분하여 민심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허학구는 좌나 우의 사상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 덕망과 존경받는 허만정의 아들로 마을의 위기를 잘 조정하였다.

 

어느 날 보도연맹 등으로 좌익 우익사상을 가진 단체가 서로 상대를 찾아 처단하려고 하자 허학구가 좌와 우의 책임자들에게 인간적인 외침을 하였다. 이렇게 덕망을 가진 분의 중재로 지수면 승산리에는 용서의 소리가 퍼져나갔다. 상대를 처단하는 감정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또 하나 감정의 자유가 도를 넘어 친일세력을 찾아 죽임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알게 된 허만정과 허학구의 외침으로 용서와 화해를 만들었다, 분노한 세력들이 허씨 부자의 호소에 감정을 자제한 것은 평소 어른다움과 존경이 없었다면 가능하였을까?

 

이렇게 지수면 승산리에 화해와 용서의 중심에는 늘 마을 주민 모두에게서 존경받는 허만정과 아들 허학구가 있었다.

승산리에는 6·25 때에도 사상논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지주들이 많은 부자 동네에서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 ‘심청길 비밀 레시피’ 공연에는 할머니의 마음과 손맛이 담긴 맛깔스런 도시락이 제공된다. 밥과 반찬, 고구마, 식혜 등 식재료가 모두 곡성에서 생산된 것이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 ‘심청길 비밀 레시피’ 공연에는 할머니의 마음과 손맛이 담긴 맛깔스런 도시락이 제공된다. 밥과 반찬, 고구마, 식혜 등 식재료가 모두 곡성에서 생산된 것이다.

 

# 전남 곡성 심청길 비밀 레시피

‘심청길 비밀레시피’는 전남 곡성군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이동하는 기차안 연극 공연이다. 도착 후에는 곡성 할머니 세 분의 인생과 음식 이야기를 배우와 함께 어울려 연극으로 표현하는데 관객은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야외공연장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관람한다.

필자가 놀란 것은 기차 이동 공연도 대단하지만 점심으로 제공되는 도시락이었다. 반찬은 곡성의 명물 토란줄기 무침, 곡성에서 자란 돼지고기, 멜론 피클, 아주까리 잎 무침, 고구마, 옥수수 등등 모두 곡성에서 재배하거나 수확된 것으로 구성되었다. 한끼의 식사에는 이 도시락 반찬을 만든 세 분의 할머니가 나와 저마다 사연을 전하였다. “할머니표 도시락은 생명이자 정이다” 한끼에 10년의 그리움을 다 담아 먹은 것 같다. 과연 감동이다.

 

# 부자국수의 지수 레시피

필자는 지수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한 후 교육생으로부터 지수에 특별한 스토리 있는 음식 추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시원한 답변을 못 하고 진주시내로 가서 진주냉면이나 진주비빔밥 혹은 의령으로 가서 의령 소고기국밥, 의령소바를 추천하였다.

 

지수에도 스토리 있는 음식이 있다. 구인회와 이병철이 보통학교 재학시절 함께 먹었던 장국국수와 맑은국수이다. 구인회, 이병철 국수에는 스토리가 있다(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44P). 지수의 특산물 우엉을 고명으로 사용하면 지역 농산물 소비도 많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국수는 장수를 의미하니 지수에 오셔서 부자 기운도 받고 장수음식도 드시고 가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혹 허씨 문중에 전해오는 묵동댁 음식 중 한가지라도 지수를 대표하는 스토리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지수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부자 기 받기 관광상품을 기획하는 진주, 의령, 함안 관계자와 문화해설사들에게 곡성의 ‘심청길 비밀레시피’ 견학을 꼭 추천하고 싶다.

 

이래호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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