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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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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한학연구원장

        동방한학연구원장

 

의세화수(倚勢禍隨) -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

 

  명(明)나라 초기 범입본(范立本)이 지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이라는 책이 있다. 1592년에 스페인어로 번역 출판되어 서양에 널리 알려졌다. 동양의 고전 가운데 서양에 최초로 소개된 책이다.

 

  여러 글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초학자용으로 읽혀진 것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3년 제작된 ‘대장금(大長今)’이라는 사극에서 주인공 이영애(李英愛)가 ‘명심보감’을 읽고 자주 언급하고, 여러 의녀(醫女)들이 읽는 것으로 나오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선현들의 문집에 거의 나오지 않고, 권장하는 도서 목록에 한 번도 보이지 않는다.

 

  한문학자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교수는 평소 “수많은 중국 서적을 인용해서 만든 ‘명심보감’을 고려의 학자가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1970년 동해안 학술답사를 하던 중 어떤 농가에서 발견했는데, 1554(단종 2)년에 충주(忠州)에서 간행한 목판본이었다. 범입본이 1393년에 쓴 서문이 있어, 그의 저서임이 확인되었다.

 

  고려 말기 추적(秋適)이라는 학자가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고려사’ 추적열전이나 선현들의 문집에는 기록이 없다. 근세 창녕(昌寧) 출신의 학자 심재(深齋) 조긍섭(曺兢燮: 1873~1933)이 이 책의 가치를 최초로 인정하였다. 중국에서도 명나라 이후 거의 사라졌다가 우리나라 ‘대장금(大長今)’이 중국 천지에서 워낙 유행함에 따라, 이 책을 다시 알고 번역 출판하기 시작했다.

 

  ‘명심보감’은 유교·불교·도교 구분 없이 선현들이나 명인들이 남긴 좋은 말을 가려 뽑은 수신용 책이다. 다만 결론이 수신하고 착한 일 하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되어 있어 유학자들은 그 가치를 폄하하였다.

이 책에는 수신하거나 처신하는 데 좋은 말이 너무나 많다. 그것만 실행해도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동용 서적이라 하여 자세히 보는 사람이 드물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함안여자중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손으로 베껴 두고 여러 번 읽었지만, 한문학 교수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통독해 본 적이 없었다.

근년에 중국에서 간행된 것 3종을 구입하여 두었다가 다시 꺼내 군데군데 읽어 보는데 이렇게 좋은 말이 많은 줄 몰랐다.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총명한 사람이 우매한 경우가 많고, 계산 잘 대는 사람이 알맞은 것을 잃는 경우가 많다. 남을 손해 보이면 결국 자기가 손해 보고, 권세에 붙으면 재앙이 따른다.[算計失便宜. 損人終自失, 倚勢禍相隨.]”

자질도 안 되면서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측근인 덕분에 국회에 진출하여 정의를 부르짖으며 설쳐대면서 속으로는 부정을 저지르고 재산 모으는 데 급급하는 자들이 읽어 봤으면 한다.

 

*倚 : 기댈 의. *勢 : 형세 세.

*禍 : 재앙 화. *隨 : 따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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