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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정 다섯째 아들로 경남고·미국 유학 후
락희그룹 입사했지만 1969년 대왕육운 설립
락희 물류책임회사로 글로벌 성장 이어가
1985년 승산마을 지명, 회사명에 적용 변경

 

허만정의 다섯째 아들 승산그룹 허완구(1936~2017) 회장의 소개는 한 편의 시를 통해 시작하고자 한다. 일상의 소리도 글로 표현하는 탁월한 시어 감각을 가진 김광균의 대표작 ‘와사등(瓦斯燈)’이다. 와사는 GAS(가스)를 일본어로 음차한 표기이다.

아버지 허만정의 주도로 세워진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현 진주여자고등학교)는 허완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교내 일신기념관에 설치되어 있는 허준, 허만정, 허완구의 기록물./이래호/
아버지 허만정의 주도로 세워진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현 진주여자고등학교)는 허완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교내 일신기념관에 설치되어 있는 허준, 허만정, 허완구의 기록물./이래호/

 

# 문학을 꿈꾼 소년 허완구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울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허완구는 학창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한다. 이런 인연일까? 이 시를 지은 시인 김광균은 허완구의 장인이다.

승산 허완구 회장.
승산 허완구 회장.

 

# 허완구와 락희그룹

승산 허완구는 지수보통학교를 1948년 25회로 졸업하고 부산 경남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윈게이트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 락희그룹에 입사했다. 그러나 근무 기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허완구는 “락희그룹에 왜 다니지 않고 그만 두었느냐”는 질문에 2가지의 이유를 회고한 기록이 있다.

첫째는 갓 입사를 한 시기에 형들은 락희화학, 금성사 등의 상무, 전무 혹은 부사장 등 고위직에 있어 의견을 제시하면 형님들이 “이놈 네가 뭘 안다고 나서나”라고 꾸중과 호통에 겁에 질려서 기가 죽은 상태가 많았다고 했다.

위로 아버지뻘 나이 차이가 되는 둘째 형 허학구를 비롯 허준구, 허신구 형은 20년 이상 락희화학에 근무를 해 경영에 깊게 관여한 상태였다. 그래서 형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본인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둘째는 오래 근무는 하지 않았지만 락희그룹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물류 체계가 정착이 되어있지 않아 물류운송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 나만의 사업을 한 번 해보기 위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 허완구의 사업계획서

허완구가 락희그룹에 근무하면서 유심히 살펴보았던 내용이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눈에는 1960년대 한국경제와 한국의 기업관리 형태에 개선점이 보였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계열사를 가진 락희그룹은 제품운송 관련 회사가 없었다. 배송은 특별한 기준도 없이 운송회사에 요청해 그때그때 처리하고 있는 상태였다. 천재적 기업사고를 가진 허완구는 보다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운송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

락희그룹의 생산제품을 운송할 경우 사업의 전망이 있다고 판단. 1969년 ‘대왕육운’을 독자적으로 설립하고 락희그룹에 운송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허완구의 운송 전담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락희그룹은 허준구, 허신구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제품 배송을 맡기는 것도 장점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허완구가 설립한 회사를 물류 책임회사로 지정했다.

 

허완구는 운송과 레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승산그룹을 설립하였다. 회사명 승산은 허완구의 고향 지수면 승산리의 지명 이름이다.
허완구는 운송과 레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승산그룹을 설립하였다. 회사명 승산은 허완구의 고향 지수면 승산리의 지명 이름이다.

 

# 허완구와 승산그룹

락희그룹의 성장과 비례해 허완구의 물류 운송사업도 계속 성장했다.

1970년에는 교통부로부터 고속노선 화물 운송 면허도 획득하는 등 물류 전문회사로 성장해 나갔다. 승산은 물류 운송과 관련된 업무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락희그룹이 만든 제품의 해외 수출 업무까지 전담하는 글로벌 법인까지 운영했다.

1985년 12월에 고향 지수면 승산마을의 지명을 그대로 회사명에 적용, ㈜승산으로 변경했다. 이후 화물 운송 시스템을 전산화하면서 관계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해 ‘승산그룹’의 형태를 갖췄다.

 

올림픽委 부위원장 맡아 88올림픽 개최 도움
한국민속씨름협회 설립 초대 협회장 지내
씨름 체급 호칭 만들고 세계유산 등재 앞장
아버지처럼 사회 곳곳에 기업이윤 기부도

 

허완구는 한국민속씨름협회 초대 회장을 하였다. 재임중 제1회 전국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여 ‘국민씨름’을 만들었다./TV화면/
허완구는 한국민속씨름협회 초대 회장을 하였다. 재임중 제1회 전국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여 ‘국민씨름’을 만들었다./TV화면/

 

# 한국민속씨름협회 회장 허완구

허완구는 승산그룹을 키워나가면서 국내 체육계와 교육계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지원을 했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한국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KOC), 부위원장을 하면서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개최에 주요한 일을 했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한국민속씨름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협회장을 지냈다. 재임 중 국민공모를 통해 75㎏ 이하를 태백장사, 85㎏ 이하를 금강장사, 95㎏ 이하를 한라장사, 95㎏ 이상을 백두장사라는 호칭을 만들었다. 모두 한국의 산 이름에 체급을 적용해 붙여진 이름으로 당시 최고의 작명으로 평가를 받았다.

# 제1회 천하장사 결승전 최욱진과 이만기

허완구가 민속씨름협회장 재임 중인 1983년 4월 14일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개최됐다. 진주 출신 최욱진 장사와 마산 출신 이만기 장사의 천하장사 결승전은 5판 3선승제로 0:1에서 1:1, 1:2, 2:2 되고 결국 2:3으로 이만기 선수가 승리해 초대 천하장사가 됐다. 장년층 세대에 ‘씨름은 80년대 한국 스포츠계의 최고 인기종목이다’라는 명제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씨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도록 한국의 전통 씨름 부흥과 확산에 앞장섰던 허완구 회장에게 한국 민속씨름의 역사, 대부라는 호칭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 허준과 허만정이 그랬던 것처럼, 허완구의 기부

“정말로 열심히, 부지런히, 노력하여 정당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은 정의로운 일에는 아끼지 말고 사용하여야 한다.”

할아버지 지신정 허준이 그랬고 아버지 효주 허만정이 그랬던 것처럼 허완구도 기업의 이윤을 사회 곳곳에 기부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병원에 기부해 우리나라 의료기술 발전에도 이바지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다양한 기부활동을 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박물관에 한국실을 기증하기도 했다. 허완구 회장이 작고한 뒤 가족은 기업의 사회참여와 실천을 위해 ‘승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승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허완구의 부인인 김영자 여사이다.

 

이래호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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