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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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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롱단(有私壟斷) - 사사로이 농단함이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국정농단(國政壟斷)이란 죄목으로 탄핵 받은 이후로 국정농단이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농단은 본래 ‘깎아지른 언덕’이란 뜻이다. ‘농’자는 본래 ‘롱(壟)’자인데, 언덕이란 뜻이고, ‘단(斷)’자는 ‘자르다’는 뜻의 동사로 쓰지만, 여기서는 ‘잘라진 것’, ‘잘라진 언덕’의 뜻이다. ‘롱단(壟斷)’은 맹자(孟子)에 맨 처음 나오는 단어인데, 거기서는 ‘롱(壟)’자가 용 ‘룡(龍)’자로 되어 있다. ‘룡(龍)’자를 ‘롱’으로 읽으면 ‘언덕’이라는 뜻이 된다.

 

  ‘농단’은, ‘유리하거나 힘 있는 자리를 부정하게 차지해서 권력이나 재물을 멋대로 쓰는 일’ 등을 말한다. ‘깎아지른 언덕’이라는 뜻의 ‘농단’에서 어떻게 이런 뜻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맹자의 설명은 이러하다. 원래 시장이란 사람들이 물건 교환하는 곳으로, 물건에 적당한 값을 매겨 서로 바꾸어 갔다. 그런데 어떤 천박한 자가 시장 뒤쪽 언덕에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어떤 물건을 사서 팔면 돈이 될지를 파악해서 혼자 큰 돈을 벌었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 내려다보고 돈과 권력을 손에 쥐고서 나라 전체를 흔들었다. 최순실뿐만 아니라 역대로 대통령에게 붙어서 그 지위를 이용해서 돈이나 권력을 쥐고 휘두른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농단은 더 심하다. 부정은 날마다 끊이지 않고, 서민들은 집 두 채 가지지 말라고 하면서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측근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투기 등등 문제가 많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 한 장관이 물경 30명에 이른다. 며칠 전 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로 개발될 곳을 알고, 투기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자기들이 취급하는 정보를 부당하게 개인 재산 증식에 이용했다.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하여 이익을 보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토지주택공사 직원이 “토지주택공사 직원은 투자하지 못하란 법이 있나?”라는 반발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볼 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부쩍 부정을 하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부정이 올바르게 조사되어 죄상이 밝혀져 처벌 받는 것이 아니라, 옳게 조사도 안 하다가 얼마 지나면 괜찮아져 버린다. 국민들 사이에 부정을 못 하는 사람만이 바보처럼 되어 가니, 나라 전체가 썩어도 너무 썩었다. 토지주택공사만 발각되어서 그렇지 다른 공공기업이나 국가기관도 이런 부정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문제가 많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 했고, 더구나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할 때 발생했던 이 사건을 변창흠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조사하라고 맡겼는데, 과연 바르게 조사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 有 : 있을 유 * 私 : 사사로울 사

* 壟() : 언덕 롱

* 斷 : 끊을·절벽 단.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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