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지경존성(持敬存誠) -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고 정성을 간직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자로서, 오늘날 그 학문적 명성은 세계적 반열에 올라 있다. 후세 사람들은 그 완성된 단계인 군자로서 대학자를 겸한 모습만 보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완성된 인간상을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많은 고뇌와 위기를 겪었다.

 

  가정적 측면에서 퇴계는 다른 사람이라면 견디기 어려운 고뇌를 겪었다. 생후 7개월에 부친이 별세하여, 부친의 얼굴도 모른다. 33세에 홀로 된 모친이 직접 농사일을 하며 어렵게 가정을 꾸려 나간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27세에 초취부인 김해허씨(金海許氏)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46세에 재취부인 안동권씨(安東權氏)와 사별하였다. 친정이 사화(士禍)를 겪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부인에 대하여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지극했는데, 단명에 인생을 마감하니, 퇴계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었다.

 

  48세 때는 둘째 아들 채(寀)가 22세로 사망했다. 50세 때 넷째 형 온계(溫溪) 이해(李瀣)가 간신 이기(李)에게 몰려서 장형(杖刑) 끝에 사망했다. 70세 때는 증손자 창양(昌陽)이 3세로 숨을 거두었다. 초취 장인 진사 허찬(許瓚)은 1535년 김안로(金安老)에게 무단(武斷)으로 몰려 옥사했다.

 

  벼슬길에서는 을사사화 때는 권간 이기(李)에 의해서 삭탈관작 당했다가 여론에 의하여 이기가 다시 복작(復爵)시켰다. 이기는 자신을 탄핵해 파직시킨 적이 있는 형 이해의 아우인 퇴계를 곱게 볼 리가 없었다.

 

  벼슬길에서 퇴계를 괴롭힌 사람은 간악한 권신 김안로(金安老)였다. 처가가 있는 영주(榮州)가 고향이라 퇴계를 잘 알았다. 김안로가 인사하러 오라는 것을 퇴계는 가지 않았다.

 

  퇴계가 자주 관직을 사퇴하고 물러나는 것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물러나는 것을 통해서 벼슬이 더 올라가게 한다고 비웃었고, 나왔다가는 도로 산으로 들어가는 산새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보통 사람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가정적인 어려움이나 사환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퇴계는 한평생 뜻을 확고히 세워 성현의 가르침을 약석(藥石)으로 삼아, 수신에 힘쓰고 명리(名利)를 초탈하고 출처(出處)의 대절(大節)을 지켜 나갔다.

 

  무슨 대단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바로잡아 최선을 다하는 정당한 방법 밖에 없었다. 바로 ‘경건함을 유지하면서 정성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持敬存誠)’이었다.

 

  우리 몸은 그냥 두면 동물적인 본성대로 살게 되는데, 이를 마음을 가지고 단속해야 한다. 마음도 주인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물욕에 끌리거나 환경의 영향을 받아 삐뚤어질 위험이 항시 존재한다. 이 마음을 단속하는 힘이 경건함이다. 성실함은 이 경건함이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持 : 가질 지. * 敬 : 공경할 경.

* 存 : 있을 존. * 誠 : 정성 성.

 

동방한학연구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 (907) 간포유경(刊布儒經) - 유교 경전을 간행해서 반포하다 file 아우라 2021.11.30 17
48 (906) 의덕탁저(醫德卓著) - 의사로서의 덕행이 우뚝이 알려지다. file 아우라 2021.11.23 16
47 (905) 낙사무궁(樂事無窮) - 즐거운 일이 끝이 없다 file 아우라 2021.11.16 45
46 (904) 향원덕적(鄕原德賊) - 덕(德)을 해치는 사람 file 아우라 2021.11.09 24
45 (903) 굴기처중(屈己處重) - 자기를 굽혀서 중요한 자리에 있게 된다 file 아우라 2021.11.02 20
44 (902) 개가자부(改嫁子婦) - 며느리를 다시 시집보내다 1 file 아우라 2021.10.26 24
43 (901) 능집부도(能執婦道) - 부녀자의 도리를 능히 잘 행한다. file 아우라 2021.10.19 17
42 (900) 방본이망(邦本已亡) -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다. file 아우라 2021.10.12 15
41 (899) 화천대유(火天大有) - 위는 불이고 아래는 하늘인 것이 크게 가진다. file 아우라 2021.10.06 21
40 (898) 정기수도(正己守道) - 자신을 바르게 하고 도를 지킨다. file 아우라 2021.09.30 18
» (897) 지경존성(持敬存誠) -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고 정성을 간직한다. file 아우라 2021.09.14 27
38 (896) 안로회소(安老懷少) - 나이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어린이를 품어준다. file 아우라 2021.09.07 27
37 (895) 식비거간(飾非拒諫) - 잘못을 꾸며 덮고 간언을 거부한다. file 아우라 2021.08.31 34
36 (894) 하이자오(何以自娛) - 무엇으로써 스스로를 즐기느냐? file 아우라 2021.08.24 34
35 (893) 파부침주(破釜沈舟) - 밥 지어 먹는 가마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히다. file 아우라 2021.08.17 43
34 (892) 향금칭신(向金稱臣) - 금나라를 향해서 신하라고 일컫다 file 아우라 2021.08.10 60
33 (891) 적건위웅(積健爲雄) - 건강함을 쌓아야 영웅이 된다 file 아우라 2021.08.03 51
32 (890) 서여기인(書如其人) -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 file 아우라 2021.07.27 29
31 (889) 아경아사(我敬我師) - 나는 나의 스승을 존경한다오. file 아우라 2021.07.20 33
30 (888) 연화정개(蓮花靜開) - 연꽃이 고요히 피었다. file 아우라 2021.07.13 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 9 Next
/ 9
후원참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후원참여
연학
후원회
자원봉사참여
회원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