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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실재서당

        동방한학연구원장

 

  대덕필수(大德必壽) - 크게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오래 산다

 

  지난 11월 29일 미국 전 국무장관 키신저가 만100세로 세상을 떠났다. 금년 8월 6일 북경을 방문했을 때, 옛날 키신저가 주은래(周恩來) 중국 총리를 만났던 바로 그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최고의 격을 갖추어 환영하였다. 시진핑은 키신저를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일컫고 ‘크게 덕을 갖춘 사람은 반드시 오래 삽니다[大德必壽]’라는 말로 축하하였다.

 

  키신저는 이때 만100세이고, 100번째 중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고마운 외국인이다. 오늘날의 중국의 번영과 국력 향상의 첫 번째 문을 열어준 사람이 키신저이기 때문이다.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장개석(蔣介石)의 국민당 정부와 모택동(毛澤東)의 중국공산당 군대가 싸울 때 미국은 장개석을 지원하였다. 1950년부터 한국전쟁 3년 동안 미국과 중공이 다시 한반도에서 치열한 전쟁을 하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했지만 미국은 중국을 인정하지 않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하자 소련은 공산 진영의 맏형으로서 중국의 경제개발을 도우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고문단을 파견하는 등 지원하였다. 중간에 여러 문제로 틈이 벌어져 1969년에는 국경지방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소련에 월등한 우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과 소련의 이런 틈새를 잘 이용하여 중국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끌어오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 키신저다. ‘원수의 원수는 동지다’라는 말이 있다.

 

  그는 원래 유대계의 독일 사람이다. 1969년 닉슨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에 발탁되었고, 그 뒤 국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사람 사이에 있어 적대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1971년 7월 9일 북경으로 가서 주은래를 만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였다. 1972년 2월 21일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1979년에 국교를 맺게 되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개혁(改革) 개방(開放)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경제가 거의 매년 10% 이상 성장하였다. 본래 미국의 의도는 중국을 좀 발전시켜 힘을 키워 소련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 편으로 만드려고 도움을 주었던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강대국이 되어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양국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중용(中庸)’에 “크게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고, 반드시 그 봉록을 얻고, 반드시 그 이름을 얻고, 반드시 그 장수를 얻는다.[大德, 必得其位, 必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키신저를 크게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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