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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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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한학연구원장

 

칠실우국(漆室憂國) - 칠실 고을에서 나라 걱정하다

 

  칠실(漆室)은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고을 이름이다. 그 고을의 노처녀가 어느 날 한숨을 쉬며 슬피 울고 있었다.

 

  이웃 아주머니가 보고 “시집 못 가 걱정 되어 울지? 중매해 주지”라고 했다. 처녀가 “임금님은 연세 많아 아무 힘이 없고, 세자(世子)는 어려 물정을 모르는데, 간교한 자들이 설쳐 대니 걱정되어 웁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그 일이야 높은 대부(大夫)님들이 걱정할 일이지, 아녀자들과 무슨 상관이야? 왜 네가 울어?”라고 했다.

 

  처녀가 말했다. “임금님은 힘이 없고 세자는 물정을 모르고 간교한 자들이 설쳐 대다가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임금님이나 신하들이 욕을 당하고 환란이 백성들에게까지 미칠 것인데, 아주머닌들 그 난리를 피할 수 있겠어요? 걱정되어 우는 것입니다.” 아주머니가 그 처녀의 뜻을 모른 것을 사과했다.

 

  과연 3년 뒤 노나라는 이웃 나라의 침략을 당하여 남자들은 군대 다 끌려가 죽고 여자들은 전쟁물자 운반에 동원되어 쉴 수가 없었다. 그 처녀의 안목은 실로 원대하였다.

 

  조선시대에 칠실(漆室)이라는 호를 쓴 분이 한 분 있었다. 이덕일(李德一 : 1561~1622)이라는 분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칠실의 그 처녀와 같다’는 뜻을 담았다. 선비로서 글공부를 하다가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나자 무과에 급제하였다. 의병을 일으켜 많은 공을 세웠고, 이순신(李舜臣) 장군과 작전을 협의하기도 하였다. 벼슬은 3품인 절충장군(折衝將軍)에 이르렀다.

 

  1613년 광해군(光海君)이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죽이는 계축옥사(癸丑獄事) 이후 탄핵을 받아 귀향하여 학문에 전념하여 문집 ‘칠실유고(漆室遺稿)’를 남겼다. 그 가운데 28수의 연작(連作) 시조 ‘우국가(憂國歌)’가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특히 당시 격렬하던 당쟁에 관한 것이 많다.

그 내용은 나라가 망해 가는데도 당쟁으로 옥사를 일으켜 반대파를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임진왜란 때 나라 위해 활동하던 분들이 삭탈관작되는 상황을 개탄한 것이다.

 

  오늘날 국가민족의 안위는 걱정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얽매여 싸우는 정치인, 사회운동가, 각종 단체, 언론인, 교수, 교사, 공무원들에게 꼭 들어맞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진 한 수를 들면 다음과 같다.

 

  힘써하는 싸움 나라 위한 싸움인가?

  옷 밥에 묻혀 있어 할 일 없이 싸우도다.

  아마도 그칠 것 같지 않으니 이를 다시 어이하리?

 

  국민이 낸 혈세에서 나온 월급이나 지원금 등으로 옷 입고 밥 먹는 것은 보장된 지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국가민족을 위한 것인지? 내 사리사욕에 치우쳐 있는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 漆 : 옻 칠. * 室 : 집 실.

* 憂 : 근심할 우. * 國 : 나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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