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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전 기획예산처 장관]도산서원 인근 퇴계종택을 지키는 노종손 이근필 옹(91)은 종택을 방문하는 이들을 한결같이 공경하는 자세로 맞이한다. 대화도 퇴계선생 이야기는 조상 자랑으로 비친다며 절대 마다하고 다른 집안의 미풍가화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각자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꺼리를 찾아 입에 올리면 모두 좋아하지 않겠느냐며 남을 칭찬하기를 권장한다. 도산서원 선비수련생들에게 종손과 만남이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이유이다.

  사람은 모두 복 받기를 원하고, 또 복 많이 받으라고 남에게 수시로 덕담을 건넨다. 하지만 복은 원한다고 오고, 준다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착한 일을 하면 주위의 평이 좋아지고, 그러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퇴계종손은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는 뜻에서 일일이 붓으로 ‘조복(造福)’이라는 글씨를 써 수련생과 방문객들에게 건네준다. 그러면 수련생들은 공손하게 받아들고 대문 밖까지 전송나온 종손과 기쁘게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종택을 찾는 이들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종손의 이런 일상도 뜸해졌다. 이러던 차에 올해 연초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월봉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 기세락 옹(88)과 통화를 하면서 종손의 안부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필자는 월봉서원 원장을 10년째 맡고 있으나 도산서원과 수련원 일 때문에 자주 갈 수 없어 서원 관리책임자와 이따금 통화로 업무상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연초 통화도 그런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다음은 그 대화 내용이다.
 

  “종손께서는 잘 계신가요?” “네, 여전히 잘 지내십니다만 요즘에는 조복 글씨를 더 많이 쓰십니다.” “얼마나 쓰시는데요?” “그전에는 어림잡아 하루 100장 남짓을 쓰셨는데 요즘은 200장 이상 쓰시는 날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글씨를 드릴 방문객이 줄어들었는데 덜 쓰셔도 되지 않나요?” “종손어른 생각은 다르신 듯합니다. 방문객과의 대화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늘어난 여유시간에 가만히 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더 쓰시는 거예요.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수요(방문객)가 줄고 공급(글씨)은 늘어나 쌓이게 되니 종손께서는 유관 문화단체와 유림·문중행사 참여자 그리고 퇴계학 연구자 등 새로운 용처를 찾아서 보내드리면서 기뻐하시고 계신다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시다니요. 존경스럽네요. 아, 그러면 연초에 월봉서원에서 연례행사가 있는데 저희에게도 일정량을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말씀드리지요. 종손께서도 반기실 것입니다.”

  며칠 후 확인해보니 요청한 수량보다 더 많이 보내주셔서 잘 사용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월봉서원은 퇴계선생과 사단칠정논변을 전개한 청년학자 고봉 기대승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치열하되 상대를 존중하며 8년간 전개된 논변의 인연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렇듯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일에 종손이 구십의 나이를 잊고 올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퇴계선생은 하고 싶은 자신의 일, 이른바 오사(吾事)를 위해 사직을 간청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향하여 그가 매진한 ‘오사’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학문과 교육에 몰두하는 일이었다. 그의 이런 소망이 500년 뒤 16대 후손까지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백 세가 넘은 연세에도 완벽하게 활동하시는 김형석 교수는 건강장수 비결에 대해 “같은 또래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것이고, 그 일은 또한 결코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퇴계종손의 ‘조복’ 글씨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가는 데 긍정적 영향력을 줄 뿐 아니라 본인의 건강장수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15년 전 처음 뵐 때나 지금이나 건강에 별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백세시대에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훌륭한 답이 아닐까?

 

송길호 기자

송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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