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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문 통해 한국의 뛰어난 학문·문화 전 세계 알릴 것”

 

전국의 유림(儒林)이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문학자인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이 〈경남신문〉에 매주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칼럼인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이 24일 1000회를 맞았다. 지난 2003년 4월 1일부터 시작해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도민들에게 한자를 통해 세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기쁨과 고난이 함께 했던 과정을 더듬는 그의 소회에는 칼럼을 향한 애정과 한문에 대한 깊은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4월 1일부터 시작된
‘허권수의 한자·한문이야기’
20년여간 매주 경남신문에 연재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으로
2023년 10월 24일 1000회 맞아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이 진주시 상대동 ‘동방한학연구소·실재서당’에서 미소를 띤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이 진주시 상대동 ‘동방한학연구소·실재서당’에서 미소를 띤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이 1000회를 맞이했는데, 소회가 듣고 싶다.

△지난 2003년 4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 금년 4월 1일에 20년이 됐고 10월 24일 1000회가 신문에 게재된다. 매우 감회가 깊다. 처음 시작할 때 1000회까지 가리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무슨 일을 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잘 없다. 그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고비가 두 번 있어 중단할까 생각은 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여 지금까지 왔다. 바쁜 일상에 꾸준히 써 와 지금 1000회가 되었고,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하면 2000회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한다. 52세 때 시작해 지금 72세이고, 앞으로 2000회면 92세가 된다.

본지에 지난 2003년 4월 1일 연재된 ‘허권수의 한자·한문이야기’ 1회. 20년이 지난 2023년 10월 24일자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이 1000회를 맞았다./경남신문DB/
본지에 지난 2003년 4월 1일 연재된 ‘허권수의 한자·한문이야기’ 1회. 20년이 지난 2023년 10월 24일자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이 1000회를 맞았다./경남신문DB/

 

- 당시 경남신문 문화부 기자이던 목진숙 전 논설주간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고정 코너를 제안 받았을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칼럼 개설을 준비했던 목진숙(睦鎭淑) 전 논설주간은 고교 동기동창이고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는 경남신문 문화부 기자, 논설위원, 논설주간 등을 하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진흥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해 왔는데, 마침 경남신문에 한자와 한문에 관한 글을 써 달라고 하기에 쓰기 시작했다. 얼마 뒤 목 전 논설주간은 신문사를 퇴직하고 교수로 갔지만, 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처음에 한자·한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한자와 논어 등을 인용하며 사회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지금과는 조금 달랐는데.

△처음에는 신문지면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학교 밖에서 한자·한문 교육을 하려고 주로 고사성어나 고전의 명구 등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얼마 뒤 웬만한 고사성어를 거의 다 소개하고, 이제는 주로 한문 문장에 나오는 글을 다듬어서 제목으로 삼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 등을 소재로 교훈과 풍자를 담아 글을 보내고 있다. 미력하나마 세상을 바로잡고 사람들이 바르게 살도록 하기 위해 배움이 있는 글, 깨우침을 주는 글이 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 칼럼의 열독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고정독자가 있다. 개인도 있고, 직장, 공부 모임 등에 고정적으로 글을 퍼가서 올리는 경우도 많다. 올해 96세인 수필가이자 김해 교육장을 지낸 김교한(金敎漢) 선생은, 매주 맨 먼저 읽고, 가끔 느낌과 의견을 이야기한다. 창원향교 전교(典校)를 지낸 이지화(李枝華) 같은 분은 처음부터 한 회도 안 빠지고 모두 스크랩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손수 베껴 쓰신 분도 있다. 이 코너를 보려고 경남신문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시장과 군수 등이 글의 내용을 연설 등에 인용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허권수 경상대학교 명예교수가 진주시 상대동 '동방한학연구소·실재서당'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허권수 경상대학교 명예교수가 진주시 상대동 '동방한학연구소·실재서당'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 칼럼을 쓰는 과정은 어떤가?

△처음에는 쓸거리가 많아 비교적 쉽게 썼고, 미리 몇 편을 써 두기도 했다. 그러나 몇백 회를 지나고 나니, 웬만한 고사성어나 고전 명구는 거의 다 써 버려 제목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 칼럼은 다른 글하고 달라, 제목을 반드시 한자 4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제목을 뽑는 것이 어렵다. 내용을 일치시키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례는 글 쓸 거리가 되는데도, 거기에 부합되는 제목을 뽑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고, 교훈이나 풍자를 담아 인성(人性) 교육에 도움이 되는 차원까지 가려니 갈수록 어렵다.

 

  그래서 1주일에 8매 원고지 한 편을 쓰기 위해, 언제나 1주일 내내 24시간 글 제목과 내용을 생각한다. 풍부한 한문고전, 중국 고전, 우리나라 고전 등에서 제목이나 현실문제와 연결시킬 내용을 찾는다. 책을 보다가 소재가 될 만한 것이 보이면 당장 노트에 적어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가장 문제는, 원고를 다 써서 신문사에 보내려고 하는 순간 전에 쓴 내용이라는 것을 알 때다. 급하게 다시 새 제목으로 원고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에 쫓기기 마련이다. 마감시간이 다 돼 가는데도 제목도 못 정한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원고 마감일에 다른 학회 원고 등과 겹쳐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때,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까운 집안에 무슨 경조사가 있어 참석해야 할 때도 원고는 그날 그 시간에 그 분량만큼 반드시 보내야 하니, 생활에 압박이 있었다. 지금은 습관이 되고 대처를 잘하니 괜찮다.

 

- 여태 연재한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다면.

△심력(心力)을 기울여 쓴 글이니, 다 애정이 간다. 꼭 이 연재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자기가 쓴 글은 자기의 정신적인 자식이다. 고전공부에 종사하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칼럼의 내용이 주로 공부와 책에 관한 것이 많다. 이태백이 공부에 전념하는 내용을 다룬 마저성침(磨杵成枕), 호학불권(好學不倦) 등이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고 재미도 있다. 아는 분들이 “정리해서 책으로 내 달라”고 권유를 해 왔는데, 올해 1000회를 기점으로 정리하고 묶어서 책으로 출판하려고 일을 시작했다. 원고지가 1만 매에 가까우니, 400페이지로 8권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한문교육, 전통문화 계승 발전, 인성 교육 등에 미력하게나마 보탬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매주 8매 원고지 한 편 쓰기 위해
1주일 내내 24시간 제목·내용 고민
배움 있고 깨우침 주는 글 되려 노력
학회 잦을 땐 몇 주분 원고 써놓고
생사 오갈 때도 노트에 적어 보내

 

- 1000회를 연재하면서 3회만 빠지고 나머지는 모두 정상 마감을 했다. 오랜 시간 연재를 이어가며 고난은 없었나.

△내 잘못으로 1번, 신문사 잘못으로 2번 빠져 20년 동안 모두 3번 글이 나가지 않았다. 매주 빠뜨리지 않고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2018년에는 중국 학회 등에 19회를 다녀왔으니, 거의 한 달에 2번 간 셈이다. 가기 전에 미리 몇 주 분량을 써 놓고 가야 했고, 2007년, 2011년 두 해는 1년 동안 중국 북경의 대학에 있었다. 몇 번은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이메일 전송이 안 될 때가 있었는데, 인근 피시방에 가서 전송한 적도 있다. 원고 보내는 일을 완전히 잊고서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해 있었는데, 신문사에서 원고가 안 들어 왔다고 문자가 와서 학회 열리는 동안 잠시 밖에 나와 작성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원고를 보낸 적도 있다.

 

허권수 원장이 지난 7월 2일 뇌졸중으로 병상에 있을 당시 손으로 적어 보낸 7월 4일자 986회 ‘미우주무(未雨綢繆)’ 편 원고.
허권수 원장이 지난 7월 2일 뇌졸중으로 병상에 있을 당시 손으로 적어 보낸 7월 4일자 986회 ‘미우주무(未雨綢繆)’ 편 원고.

 

- 20년간 병상에 오른 일이 많았음에도 연재를 멈추지 않았다.

△2006년에는 오른손 손가락이 마비가 되어 3개월 동안 왼손으로만 겨우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서 매주 원고를 보냈다. 이후 2020년 6월 12일에는 담도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17일 개복수술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앞날 밤까지 원고를 보내야 했다. 못 보낸다고 연락할까 하다가 전날 16일 밤에 침대에 엎드려 노트에 원고를 써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게재한 적이 있다. 2023년 6월 19일에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25일 원고를 노트에 써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송해 연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제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으니 ‘생명이 위급해서 도저히 더 이상 못 씁니다’라고 신문사에 이야기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내 성질에 ‘내일 죽을지라도 오늘 써 보자’라는 각오로 쓰게 됐다. 만약 그때 중단했다면, 지금 크게 후회하고 있을 거다.

 

한문 모르면 학문 못하는 분야 많아
우리 문화 알기 위해 한자 알고 써야
많은 이들이 한자·한문 흥미 갖고
우수한 전통학문·문화 계승·발전해

 

한국문화 알리는데 도움 되고파

 

- 근래 한문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 우리의 삶에서 한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1948년부터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한글전용과 학문활동을 구분하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좀 불편해도 한글 전용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학문이나 문화가 점점 추락한다. 한문을 모르면 아예 학문을 할 수 없는 분야가 많고, 할 수는 있지만 아주 불편한 분야도 많다. 한문공부는 모든 분야 공부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 말 단어의 80% 이상이 한자로 된 단어고, 모든 학문의 학술용어는 99% 한문으로 조어돼 있다. 한문교육을 안 하는 것은 학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앞길을 망치는 짓이다.

 

  우리나라는 한문이 꼭 필요한 문화를 가진 나라인데, 지금에 와서는 한문을 완전히 전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수 등 몇 지식인들은 조상이 남긴 고전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 한글 문서도 한문을 모르면 이해할 수가 없다. 한글은 우리말이 아니고, 우리말의 표기 기호다. 우리 민족은 한글로 학문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사대주의자가 아니고, 우리 국가 민족을 위해서 한문을 알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 10분의 1만 할애한다면 한문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5만 자를 다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3000자만 알면 한문책도 볼 수 있다.

 

-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을 연재하는 원장님의 향후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 한자·한문을 알고 거기에 흥미를 갖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각자가 한문지식을 갖춰 우리의 우수한 전통학문, 전통문화, 전통풍속을 계승·발전해, 21세기 전 세계에 우리 한국의 독자적인 우수한 문화가 널리 전파되고 인정되는데 일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경제만 발달한 나라가 아니고, 학문과 문화도 뛰어난 나라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

 

☞ 허권수 원장은?

1952년생으로 함안중, 마산고를 졸업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중문학과·한문학과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다가 2017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동방한학연구원을 설립해 한문학을 연구하고, 실재서당(實齋書堂)을 열어 한문을 강의하고 있다. 110권의 저서와 130편의 연구논문이 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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