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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년 승산리서 태어나 1891년 진사 급제
1904년 왕명출납 담당 비서원 승까지 지내

멈추고 삼갈 줄 아는 소신있는 행동으로
근검절약하며 흐트러짐 없는 삶 보여줘


1920년 수많은 재산으로 ‘허씨의장’ 설립
가난한 문중·이웃 돕고 인재양성 기부도

 

지수면 승산리에 허씨가문이 정착한 기록은 관란 허국주(1548~1608)부터 추정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우고 염창강변(지수 지역에 흐르는 남강의 지역 이름)에 관란정을 짓고 거주하면서 연당 허동립, 염호 허회에 이어 지신정 허준, 효주 허만정으로 대를 이어 왔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지신정, 노년에 허준이 생활한 곳이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지신정, 노년에 허준이 생활한 곳이다.

 

# 허준의 가족

지수면 승산리에서 태어난 지신정 허준(1844~1932)은 숙부인 재령이씨 사이에 1남 4녀를, 숙부인 함안조씨 사이에 2남 3녀를 두었다. 구체적으로 딸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생전에 7명의 사위에게 실명으로 편지글을 보낸 기록이 남아있다.

장남 허만종은 조선시대 하위직 벼슬인 창릉 참봉을 지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차남 허만정에 대해서는 4회 때 소개할 예정이다. 3남 허만옥은 허만정의 자녀 8형제 중 3남인 허준구(GS그룹 초대 회장 허창수 아버지)가 양자였다는 기록만 전해지고 있다.

 

# 쓸모없는 데서 쓸모있는 것을 찾다

허준은 소년 시기부터 소신있는 행동, 흔들림 없는 일상, 부모에 대한 효심이 남달랐다. 늘 책을 가까이하여 견문의 폭도 넓어 타고난 자질이 범상치 않았다.

전통과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에게도 엄격하였고 자녀에게 가르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검소하게 살며 부지런하였고, 쓸모없는 데서 쓸모있는 것을 취하였다. 버려진 종이 가운데 조금이라도 흰 부분이 있으면 오려두어 그 쓸모에 따라 사용하였다.

허준의 호(號)는 지신(止愼)이다. 1903년 말년에 거주할 정자를 지수면 승산리 기신독곡에 지었는데, 이 정자 이름을 연재 송병선이 지신정이라 하였다.

4대 경서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인에 그치고(止仁), 경에 그치고(止敬), 효에 그치고(止孝), 사랑에 그치고(止慈), 믿음에 그친다(止信)’는 5지(止)가 있다.

이로 볼 때 지신(止愼)은 ‘그칠 곳을 알고 또 삼갈 줄을 알다’의 의미로 보인다. 마음을 항상 경계하고 삼갈 줄 알면 가는 곳마다, 행하는 곳마다 그침의 결과를 얻지 못함이 없다고 하였다.

허준 자신도 지신정에서 생활할 때 일상에 사용하는 책, 편지, 칼, 종이, 붓, 벼루, 소반 사발, 지팡이 등은 늘 일정한 곳에 두어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흐트러짐이 없었다.

지신은 허준의 호(號)이지만 한편으로는 허준 가문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허준의 재산을 사회 공익사업에 기증했다는 동아일보 1920년 4월 13일자 기사.
허준의 재산을 사회 공익사업에 기증했다는 동아일보 1920년 4월 13일자 기사.

 

# 허준의 활동

1891년 비교적 늦은 나이인 42세 때 과거에 응시, 진사에 급제하였다. 1894년 정부가 군자금 운용에 곤란을 겪자 동(銅) 일만금을 내어 군량에 보충하였다. 마을에 큰 기근이 발생, 백성들의 생활이 곤궁하자 수백 섬의 곡식을 마을 구호에 쓰도록 내놓았다.

허준의 최종 관직은 정3품 상계품명인 통정대부로 59세 때인 1904년에 왕명의 출납, 기록을 맡아보는 비서원승에 임명되었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인 지수면 승산리로 돌아와 가업을 계승하고 수백 질의 서책을 갖추고 새롭게 삶을 보냈다.

1920년에는 모아 두었던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전답 500여 두락, 돈 1만여 금을 내어 조상의 제사에 사용하는 비용을 충당하는 토지를 별도로 마련하였다.

‘허씨의장’을 설립하여 가난한 종친들을 구휼하였다. 그리고 600두락은 인재 양성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여 진주에 일신학당이 설립되자 아들 허만정으로 하여금 기부하여 추진하게 하였다.

당대의 유학자들과 교류도 많았는데 면암 최익현 선생이 지신정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허준을 ‘남방의 인물’이라고 하였다.

 

# 허완구와 ‘지신정 허준 유고첩’

지신정 허준과 관련된 기록으로 정리된 책이 있다. ‘지신정 허준 유고첩’이다.

허준의 손자로 허만정의 5남인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이 할아버지의 유고들을 모아 초서나 한자로 된 것을 해서와 우리말로 정리하고 번역하여 2008년 출판하였다. 유고첩에 있는 주요 내용이다.

 

지신정 허준 유고첩에 담긴 내용. 교지는 임금이 신하에게 주는 공식적인 임명장이라 할 수 있다. 1891년 허준이 진사 시험에 합격해 받은 교지.
지신정 허준 유고첩에 담긴 내용. 교지는 임금이 신하에게 주는 공식적인 임명장이라 할 수 있다. 1891년 허준이 진사 시험에 합격해 받은 교지.

 

1902년 10월 허준을 정3품 통정대부로 임명한다는 칙명.
1902년 10월 허준을 정3품 통정대부로 임명한다는 칙명.

 

지신정 허준의 최종 관직이다. 1904년 5월, 허준을 비서원 승 서주임관 6등에 임명한다는 칙명.
지신정 허준의 최종 관직이다. 1904년 5월, 허준을 비서원 승 서주임관 6등에 임명한다는 칙명.

 

〈 좌우명 같은 3가지 강령 〉

1) 화살을 쏠 때 과녁 있는 것처럼 신중하고 언제나 반듯한 마음을 잊지 마라.

2) 깊은 물을 밟듯 얇은 얼음을 밟듯 조심하고 조심하여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3) 사치냐 검소냐 이 두 가지에서 흥함과 망함이 구분되니 검소함을 가져야 하고 사치는 더욱 삼가고 삼가야 한다.

 

〈 실천에 있어 7가지 내용 〉

1)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가르침은 얼음처럼 투명한 자신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2) 한 조각의 자투리 종이조차 낭비하지 않을 만큼 근검하게 생활하라.

3) 재물은 반드시 올바른 일에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말아라.

4) 재산은 가난하게 사는 종친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의연금으로 사용하라.

5) 재산은 나라에는 군자금을 기탁하고, 교육을 위해 학당을 세우는 공익사업에 지원하라.

6) 하늘과 땅 사이 수많고 많은 것들 중 사람이 가장 고귀한 것은 삼강과 오륜이 있기 때문이니 잘 준수하라.

7) 모든 일에는 그칠 곳을 알아야 하고, 일은 신중하게 처신하여야 한다.

 

# 허씨의장

1920년 허준은 집안의 자녀와 조카들을 불러 세 가지 경계할 것을 가르쳤다. 1)가난하다고 해서 등에 짐을 지는 일을 해서는 아니 된다. 2)여가가 있으면 글 공부를 해서 선대의 명성을 실추시키지 않도록 하여라. 3) 저잣거리를 드나들면 아니 된다.

허준 자신도 이 세 가지를 잘 지키면서 근검하고 절약하여 경제적으로 조금 넉넉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재산을 남기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라 재산을 의장에 내놓았다. 허씨의장 헌장은 모두 9조로 1920년 2월에 작성되었다.

의장이란 논과 밭에서 수확한 곡식을 문중과 가난한 이웃을 구제할 때 사용하는 재원으로, 이 기금을 조성하는 공동생산 토지를 뜻한다.

 

구휼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삼국시대 고구려에는 봄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갚는 진대법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은 오로지 황정(荒政)을 잘하여야 한다고 지목하였다. 황정이란 흉년에 백성을 구휼하는 나랏일이다.

나라에서 구휼을 행하여야 함에도 승산리 허준은 마을 주민을 위해 황정을 잘 하였으니 어찌 존경받지 않을까.

 

이래호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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