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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자오(何以自娛) - 무엇으로써 스스로를 즐기느냐?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힌 삼국지(三國誌)의 원래 이름은 삼국연의(三國演義)다. 중국에서는 삼국지라 하면, 당연히 삼국시대의 정사(正史)를 가리킨다.

 

  나관중(羅貫中)이 이 소설을 쓸 때는 몽고족(蒙古族)이 지배하던 원(元)나라 말기였으므로, 한족(漢族)의 정통을 강조하고 찬탈자를 응징하려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나관중은 촉한(蜀漢)의 황제 유비(劉備)에게는 어질고 관대하고 현명한 이미지를 집중시키는 반면, 한(漢)나라를 찬탈하려는 조조(曹操)에 대해서는 간악하고 야비한 이미지를 계속 부가하였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삼국연의 때문에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이 조조다”라는 말이 있다.

 

  그 당시 세력에 있어서 조조와 유비는 상대가 안 되었다. 그리고 조조는 특히 문학에 뛰어났고, 글씨도 잘 썼다. 조조만 아니라, 두 아들 조비(曹丕)와 조식(曹植)도 시문에 뛰어나, 문학사에서 세 사람을 합쳐서 삼조(三曹)라고 일컫는다. 조비는 나중에 위(魏)나라 황제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 문학가로서도 자력으로 문학사에 이름이 올랐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문학적 동지들 대부분이 죽자, 오질(吳質)이라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친구들과 한평생 오래도록 서로 같이 지낼 줄 알았더니, 몇 년 동안 거의 다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군요. 요즈음 어떻게 스스로 즐기시오? 지은 글이 좀 있는지요? 그대 계신 쪽으로 바라보니 마음이 울적하여 편지를 씁니다.”

 

  현직 황제인데도 마음에 맞는 사람이 떠나, 매우 외로워하고 있다. 옆에 아름다운 후궁들과 좋은 술과 음식이 있지만, 외로움은 달래주지 못했다. 요즈음 사람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외로움인 것 같다. 코로나가 덮쳐 장기간 사람들이 모이거나 왕래할 수가 없으니, 더 심한 것 같다. 자녀들이 떠난 빈 집에서 부부가 종일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한 살림에 공부시켜준 아우들이 소식이 없다”, “잘 봐주었던 공무원 후배들이 연락을 끊었다”, “수십 년 동안 제자 키웠더니, 전화 한 통 없어”, “망해 가던 회사 살려주었더니, 배은망덕하고 달아났다” 등등의 하소연을 자주 한다.

 

  오늘날 모든 것이 정보화되고 자동화되니, 개인은 더욱더 외롭다.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을 못 했던 모든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있어, 방송이고 영화고 세계 각국의 강의, 스포츠 중계 등을 언제나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외로움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외로움은 사람을 통해서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롭거나 어려운 시기에 남을 통해서가 아니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더욱더 그렇다. 어떤 분야 공부를 한다든지, 수양을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취미생활을 갖는다든지 해야 한다. 처음에는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도 계속하면 흥미가 생긴다. 자꾸 자기 최면을 걸어 좋은 쪽으로 자신을 인도해 가야 한다. 그래야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도 이길 수 있다. 어떻게 즐길 것인가?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何: 어찌 하. *以: …으로써·써 이. *自: 스스로 자. * 娛: 즐길 오.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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