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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거간(飾非拒諫) - 잘못을 꾸며 덮고 간언을 거부한다.

 

  오늘날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간관(諫官) 제도가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있었다. 그 기능은 임금이나 윗사람의 잘못을 발견하여 바로잡도록 강직한 말로 권유하는 것이다. 또 옛날에는 꼭 간관이 아니라도 누구나 간언을 할 수 있었다.

 

  당(唐) 태종(太宗)의 강직한 신하 위징(魏徵)은, 태종 면전에서 간언을 올린 것이 50여차례, 상소로 간언을 올린 것이 10여차례였는데, 상소의 양이 30만 자였다. 그 결과 당나라 역사상 가장 정치를 잘한 정관지치(貞觀之治 : 당 태종 시기의 잘한 정치)를 가져왔다.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은, 어떤 상소도 중간에 누가 없애거나 변조시키지 말고 반드시 황제에게 전달하도록 법으로 정하였다. 이 법이 명나라 말기까지 지켜졌다. 명나라 가정(嘉靖) 황제 때 강직한 해서(海瑞)는, 황제에게까지 “폐하는 사람도 아니오”라는 강직한 간언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사간원(司諫院)이라는 간언을 전담하는 관청이 있었다. 임금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감찰할 수 있고, 탄핵할 수 있었다. 조선왕조가 5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임금에게 간쟁(諫諍)하는 기능이 강하여 임금이 정치를 멋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간언을 잘 받아들였고, 신하들과 토론을 자주 했다. 반면 연산군(燕山君)은, 간언을 하면 바로 죽여 버렸다. 그러다가 얼마 뒤 쫓겨났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감사원(監査院)이 있지만, 주로 문제가 생기고 난 뒤나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접한 뒤에 감사를 시작하니, 어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사간원과는 그 기능이 달랐다. 옛날 간관들이 하던 기능을, 지금은 언론이 맡고 있다. 막강한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규제하여 바른길로 가게 한다. 때로는 바른길을 제시하고, 비리를 파헤쳐 처벌을 요청하는 등 옛날 간관의 기능과 많이 닮았다. 언론이 건전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시비를 가리지 않고 권력에 아부하거나 눈치 보는 언론도 많다.

 

  지금 여당에서는 ‘언론징벌법’을 만들려고 밀어붙이고 있다. 가짜뉴스 등 잘못된 보도를 한 언론을 징벌하겠다는 의도인데, 정권에 아부하는 언론은 감싸고, 반대하거나 비리를 적발해서 공개하는 언론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 입법의 실제 목적이다.

 

  야당과 언론기관 등의 반대는 물론이고, 언론협회, 해외언론 등에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법의 제정은, 결국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데로 귀결될 것이다. 대통령 정부 여당을 비판하거나 비리를 지적했다가 잘못 걸리면, 그 언론인이 매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언론기관까지 망하도록 법을 만들고 있다.

 

  진덕수의 대학연의(大學衍義)에 “간관을 죽이면 망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殺諫者, 無不亡之理)”라는 말이 있다. 권력자에게 충고하고 권유하고 비리를 적발하여 폭로하는 사람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게 되니, 망하지 않겠는가? 잘못을 꾸며 덮지 말고, 간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건전하게 바르게 정치하는 길이다. 간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 飾 : 꾸밀 식. * 非 : 아닐·그릇될 비.

* 拒 : 막을 거. * 諫 : 간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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